|
|
흥복전 인근 영훈당 터…고종 때 설치돼 1917년 창덕궁 증건하며 철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부터 경복궁 흥복전 옆 영훈당 터에서 진행한 발굴조사로 국내 첫 전기발전소 자리가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영훈당은 왕이 주재한 내각회의와 경연, 외국 공사 접견 등을 위해 사용된 건물이다. 고종 때 건립됐지만, 일제강점기인 1917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을 중건하기 위해 경복궁 내 여러 전각과 함께 철거됐다.
이번 조사로 그간 향원지의 북쪽과 건청궁 남쪽 사이로 추정됐던 전기등소의 위치가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의 북쪽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는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와 발전소 터 등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졌던 전기등소 유구가 확인됐다. 아울러 아크등에 사용된 탄소봉, 연대(1870년)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전기 관련 유물도 출토됐다.
조선 왕실은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민영익 등 11명의 보빙사의 건의에 따라 에디슨 전기회사와 계약을 맺고 1887년 1월 국내 첫 전기등소를 완공했다. 발전규모는 16촉광(1촉광은 양초 1개의 밝기)의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최초 점등일은 1887년 1~3월경으로 추정되며,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의 등을 밝혔다. 당시 향원지에서 물을 끌어올려 전기를 생산하여 ‘물불’이라 불렸으며, 불안정한 발전 시스템 탓에 건달꾼처럼 제멋대로 켜졌다 꺼졌다 한다 하여 ‘건달불’로도 불렸다.
한편 이번 영훈당 터 조사에서는 영훈당 본채와 함께 부속 행각지 등 건물지 6동이 확인됐다. 영훈당의 칸 수와 용도는 ‘궁궐지’(조선시대 궁궐 전각을 기록한 책) ‘북궐도형’(1907년 제작된 경복궁 평면 배치도)의 기록과 일치하며, 본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행각이 서로 잇닿은 ‘일(日)’자형의 평면 형태를 보이고 있다. 또 내부에서는 각 칸의 용도를 알 수 있는 아궁이와 구들시설 등이, 외부에서는 기단시설, 담장지, 배수·배연 시설 등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문화재청에서 추진 중인 ‘경복궁 복원정비계획’에 따른 경복궁의 원형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