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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위앤화 재평가 반대론

손성원 LA 한미은행장

최근 미국은 중국산 섬유 수입품들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중국이 위앤화를 평가절상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무역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미 의회의 압력으로 인해 미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환율제도가 ‘매우 왜곡돼 있다’고 기록하면서 중국이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로 이동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해 새로운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이코노미스트로서 필자는 중국이 시장으로 하여금 위앤화 가치가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위앤화 재평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95년 이후 1달러당 8.28위앤에 고정돼 있는 환율제도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대중(對中) 투자의 확신을 심어줘왔다. 중국의 활발한 원자재 수입은 전세계 국가들의 경제 발전으로 귀결된 측면도 많다. 위앤화 재평가를 통해 중국의 경제가 고통받는다면 글로벌 경제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경험할 것이다. 위앤화를 재평가한다고 반드시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미국 무역적자의 약 70%는 미국인들의 과소비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를 자제하고 저축을 늘리도록 하는 식으로 미국의 경제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역적자는 위앤화 재평가와 상관없이 계속 엄청난 규모로 늘어날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기억할 만하다. 71년 이후 25년에 걸쳐 엔화 가치는 달러당 360엔에서 75엔으로 뛰어올랐고 이 기간 동안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역시 급증했다. 엔화 가치의 상승으로 미국에 대한 일본산 제품의 전체 수출물량은 줄어들었을지 모르지만 일본산 제품의 가격인상으로 무역흑자 규모도 커지게 된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지는 못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을 불러왔고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본처럼 위앤화 평가절상 역시 중국의 수출물량을 줄일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의 수입이 감소할 경우 글로벌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중국이 페그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요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필자는 중앙은행 사람들을 포함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당시 중국은 안정적인 환율제도를 유지할 강한 논거들을 제시했다. 논의가 지속되면서 중국인들에게 환율제도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이슈라기보다 정치적 요인들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중국 정치는 공산당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국가 소유의 기업들은 민간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해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은 민간 쪽에서 보다 많은 고용이 창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위앤화 절상이 수출을 둔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민간 영역에서의 고용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은 공산당의 정치적 독점에 도전하는 사회적 불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치적 요인들을 감안할 때 오는 10월 이전에 위앤화가 절상될 것이라는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예견은 틀릴 수도 있다. 미ㆍ중 관계를 오직 환율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전반적인 양국간 관계는 환율 문제보다 훨씬 더 넓고 복잡하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는 최소 5가지다. 무역ㆍ환율ㆍ지적재산권을 포함한 경제적 문제, 인권 문제, 북한, 대만, 그리고 전세계에 대한 중국의 점증하는 영향력 등이 그것이다. 중국이 경제적 이슈와 인권, 대만 등의 문제로 비난받고 있는 기간 중에도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이나 국제연합(UN) 안정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이 위앤화 절상을 위해 너무 많은 압력을 행사할 경우 그것은 이들 분야에서 미국을 도와주고자 하는 중국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 국채에 대한 투자를 멈출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해를 미칠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보호무역주의에 호소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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