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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닥민심 모르는 여의도
입력2010-12-29 18:13:47
수정
2010.12.29 18:13:47
국회의원들을 접할 때마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민얼굴로 만난 정치인은 그들만의 논리를 갖고 있다. 예컨대 연말 국회 본회의 몸싸움에 대해 사석에서 만난 의원들은 싫다는 쪽도 많지만 재미있는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사람이 더 많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의 한 의원이 몸싸움을 하는 자신에게 '형님 이러지 마'라고 달래는데 그 옆에 의원은 침을 튀긴 채 욕설을 했다며 비난했다. 어떤 의원은 자신이 짠 본회의 진입 전략을 설명하고, 민주당 의원을 몇 명이나 제쳤는지 손을 꼽으며 '공신은 나'라고 스스로를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마치 힘든 노동을 했다는 듯한 그들의 표정 앞에서 제발 싸우지 말라는 보통 사람의 생각은 읽을 수 없다.
의정활동을 뒷받침하는 후원금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현안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며 자신의 의정 활동을 홍보하는 보고서를 내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드는 게 현실이다. 국회의원은 평소 바쁘기 때문에 주로 식사를 겸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조용하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접대로 비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런 곳은 한끼 식사가 수십만 원이 든다. 돈을 내는 의원도 접대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운 자리다. 먹든 안 먹든 값비싼 음식을 사야 상대를 대접한다는 생각을 하는 접대 문화가 정치권을 멍들게 한다.
또한 많은 돈이 드는 의정 보고서는 자화자찬 일색으로 각 가정에 광고 전단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돈만 아껴도 후원금에서 조금은 자유롭겠다는 보통 사람의 지적은 이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간 한 원로 정치인은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치인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난다. 하지만 그들은 정치권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만 만나기 때문에 진짜 민심을 들을 수 없다. 값비싼 음식점에 앉아 정치논리로 꽉 찬 사람만 만나는 국회의원이라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바닥 민심은 들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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