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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한국영화 오래된 외국작품과 비슷한 경우도 있어
"표절 논란 일단 피하자" 원작 일부 사용료 지불… 다른 스토리 만들기도
"재미있으면 그만…" 대중 관대한 풍토 영향… 결론 없이 논란만 반복
# 작품 A
공무원인 미나는 공무수행 중 차 사고를 내 2개월간의 정직 징계를 받는다. 정직 기간에 미나는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대신해 문방구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과거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하던 아버지는 이름을 '미나문방구'라고 지었는데 어느 날 간판에서 '문'자가 없어져 간판이 '미나방구'로 된 것. 이 때문에 미나는 친구들에게 미나방구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좋지 않은 기억을 준 문방구에 온 미나는 팔아 치울 궁리를 하며 가게를 내놓고 꼬마 손님들을 막 대하며 귀찮아한다.
# 작품B
하영은 백수다. 고등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부모님에게 얹혀 사는 캥거루족이기도 하다. 부모님의 구박에도 꿋꿋하게 백수생활을 하던 하영은 어느 날 공원에서 아버지 친구가 맡긴 황금 항아리를 도난 당한다. 이 사건으로 아버지는 충격으로 쓰러지고 하영은 억지로 문방구를 떠맡게 된다. 하영은 황금 항아리만 찾으면 아버지가 건강을 회복하고 자신은 문방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가게 손님을 귀찮아하며 항아리 찾기에만 몰두한다.
작품 A와 B는 표절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다. A는 올해 개봉한 '미나문방구'이며 B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연재된 웹툰 '미스 문방구 매니저'다.
'미나문방구'는 개봉 전부터 '미스 문방구 매니저'의 일부 독자들을 통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표절 의혹이 있는 부분은 젊은 여자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문방구를 떠맡고 귀찮아하는 등의 내용상의 유사성, 두번째는 '미스 문방구 매니저'에서 주인공 하영이 영화 '미나문방구'의 주인공 미나 역의 최강희와 닮았다고 언급된 부분과 성격 등 캐릭터의 유사성이다.
그러나 "'미나문방구'는 미나와 아버지와의 화해를 다룬 드라마에, '미스 문방구 매니저'는 항아리 도둑을 찾는 추리에 초점을 각각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며 표절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개봉 전부터 논란이 일자 '미나문방구'의 제작사 별의별은 표절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공식 입장에 따르면 이 영화의 작가 배세영씨가 2008년 9월 동국대에서 시나리오 강의를 하다 차예원 학생이 제출한 동화 트리트먼트 '오덕문방구'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했다. 배 작가는 2009년 4월27일 차씨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원안비를 지급했으며 영화 크레디트에도 원안자로 차씨가 올라가 있다.
현재 '미나문방구'와 '미스 문방구 매니저'는 표절 논란만 남았고 결론은 없는 상태다.
◇표절 논란 피하기=표절 논란의 중심이 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는 창작자들도 있다. 논란 자체를 피해가기 위해 원작의 일부를 도입하고 원작료를 지불하는 방법이다. 이런 작품들을 리메이크 혹은 샘플링이라고 하지만 원작과 전혀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기도 하고 노래의 경우는 일부만 도입되기도 한다. 널리 알려졌듯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리메이크라기보다는 원안의 주요 부분인 한 남자가 이유를 모른 채 감옥에 10여년간 갇힌다는 설정을 따기 위해 박 감독은 원작자에 1,500만원의 원안료를 지불했다. 영화 '감시자들'도 홍콩 영화 '천공의 눈'이 원작이다. 또 싸이는 젠틀맨에 사용할 안무를 위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 안무자에게 원작료를 지불했다.
◇표절에 관대한 대중 분위기도 문제=황영미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가 요즘 잘 나간다고는 하나 재미있는 영화 중에는 오래된 해외 영화와 거의 흡사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내수용이라서 해외에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해외에 나간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미있고 (흥행)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논리가 만든 사회적 분위기"라며 "관객들도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하고 넘어가는 자세가 표절 논란을 미결로 남겨두는 풍토를 고착시켰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 영화제작자는 판권지불 문제에 대해 "(영화가) 잘되고 나서 (베낀 것이) 걸리면 금전적 보상은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도 "1995년 당시 최고 스타그룹 룰라의 리더 이상민은 3집 수록곡 '천상유애'가 일본 그룹 오마쓰리닌자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자 비난 여론에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요즘은 비난여론 자체가 거세지 않은 분위기도 있어 인기를 먹고 살기 때문에 여론이 둔감하면 가수 자신들도 안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계 자성 촉구=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영화) 원작의 판권을 사올 때도 이를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종종 표절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며 순수 창작물로 둔갑되기도 한다. 소설을 가져다 쓰는 경우는 영화 시작에 'based on'을 크게 써준다. 그런데 유독 영화 판권을 사올 때는 써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영화 '감시자들'과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각각 '천공의 눈'과 '아내를 위한 남자친구'라는 원작이 있지만 이를 앞에 명기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한국 영화가 요즘은 스토리도 쿨하고 재미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좀 먼 이야기 아닌가. 감독들은 인터뷰를 통해 원작이 있다고 말했다고 하나 작품(영화) 자체에 표기하지 않는다면 관객은 모를 수 있다"고 말하며 영화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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