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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浙江省) 원저우(溫州)에 위치한 주위(直日)그룹의 한 신발공장. 운동장 크기의 공장 안에는 긴 컨베이어벨트 위로 아직 모양이 갖춰지지 않은 신발들이 질서정연하게 옮겨 지고 있었다. 벨트 주변에는 10~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 직원들이 각자 역할을 맡아 작업에 분주했다. 영상 35도가 넘는 날씨였지만 직원들은 벨트의 이동속도를 맞추기 위해 이곳 저곳으로 재빨리 움직이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작업을 해냈다.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은 비어있는 재봉틀이었다. 공장 안내를 맡은 한 직원은 "재봉틀 작업은 전문성이 필요해 월급이 6,000위안(한화 약 114만원)에 달한다"며 "일감은 줄어드는 데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의 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컨베이어 벨트의 직원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것도 공장을 떠난 동료의 몫까지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직원은 귀띔했다.
한 해 신발생산을 통한 매출액이 18조원, 신발 생산량은 10억족에 달해 세계의 신발공장 불리는 원저우지만 지난 달 30일 방문한 원저우의 신발 공장들에는 이미 인건비 상승에 따른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었다. 이 지역은 최근 경제 발전에 따라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진행되며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는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인건비 상승을 견디다 못해 공장을 캄보디아나 방글라데시 등 해외로 이전하면서 문을 닫은 공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동행한 관계자는 "아직 동남아 국가들보다 물류비용이 저렴하고 산업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그나마 원저우의 신발산업이 유지되고 있지만 인건비가 현재보다 더 오르면 해외이전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걱정의 뜻을 내비쳤다.
원저우 신발업계는 돌파구로 한국 신발업계의 강점인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9일 중국 원저우 샹그리라호텔에서 열린 한중캐주얼화정상포럼도 중국이 한국의 신발기술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서 서울의 성동제화협회는 신기만 하면 발바닥을 자극해 성장을 촉진하는 신발과 친환경 소재인 한지를 재료로 한 신발, 재봉 자국 없이 통으로 디자인한 신발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한 신발을 선보여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린 웰 원저우 신발피혁산업협회 실장은 "인건비 상승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밖에 없다"며 "한국 제화업계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중간 신발협업이 앞으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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