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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3월 18일] 한은법이 권한분쟁인가?

지난 2009년 4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에서 "공동검사를 나갔을 때 금감원에서 은행들에 한국은행 측에 자료를 제공하지 말라고 했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 총재는 과거 7~8년 동안 공동검사 및 정보공유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묘수를 찾지 못했고 금감원이 보내주는 자료는 대체로 2~3개월 지난 것이라고 했다. 실시간으로 급변하는 세계시장에서 대한민국 금융시장을 책임지는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감독을 위한 정보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언쟁하는 것이었다. 정책수행 필요자료 확보 방안을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2009년 9월 한은과 금감원이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공조가 이뤄지는 듯했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유관기관 간 정보공유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이번 MOU가 상호 정보교류와 공조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올해도 금융기관 조사권을 둘러싸고 또 다시 한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은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다시 상정됐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정무위원회 반대를 이유로 개정안 처리를 오는 4월 국회로 넘겼다. 금융기관 조사권을 둘러싸고 한은ㆍ금융감독기구ㆍ국회가 편을 갈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조사대상인 금융기관을 대변하는 금융협회장들은 한은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두 분의 시어머니 모시기를 반길 리 없는 금융기관들은 감독권 이원화에 따른 중복검사가 금융회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인력 및 비용증가로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2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고 아직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로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시장원리에 매료돼 금융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적절한 감독규제가 없었다는 점이 이번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 거시건전성 감독체계의 개선대책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늘 그렇듯이 감독규제의 핵심은 정보다. 첫째, 금융관련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이며 둘째, 금융감독 관련 유관기관 간 정보공유를 통한 정책적 공조와 협력체계 구축이다. 즉 금융위기 발생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기구가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해나가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같은 통합감독기구를 설치해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이 별도로 중복적인 조사권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최종 대부자이자 지급결제권자로서의 역할은 물론 금리정책을 위해서도 중앙은행인 한은에는 따끈따끈한 정보가 필요하다. 한은이 정책 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물론 금융기관들이 중복조사의 부담을 받아서도 안 된다. 한은에 은행 감독조사권을 주거나 금융감독원 설립목적에 한은을 위한 정보수집을 명문화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선도 감독시스템 창출 기대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은행 감독을 책임지고 있으며 여기에 시장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까지 포함시키려는 추세다. 미국은 정책적 조율을 책임지는 금융서비스감독위원회 신설을 모색하고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꿈꾸는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독시스템 모델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금융안정을 담보로 중앙은행과 금융관료들이 밥그릇싸움, 기싸움을 하는 나라로 비쳐지면 안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은ㆍ금융감독기구ㆍ국회가 지혜롭게 협력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금융감독 시스템 모델을 창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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