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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50년대 좌경 블랙리스트 깨기 앞장

원로 배우 커크 더글러스 회고록 출간

할리우드의 스타 커크 더글러스(95)는 영화에서도 많이 용감한 사람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도 정의한이다. 그는 1950년대 말 할리우드에 좌경 영화인들에 대한 블랙 리스트가 나돌 때 이를 처음으로 깨어버린 사람이다.

더글러스는 자신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대하 역사극 '스파르타커스'(1960)의 각본을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공산주의자 달턴 트럼보에게 맡긴 뒤 영화 엔딩 크레딧에 트럼보의 이름까지 올렸다. 그 때까지만 해도 가명으로 각본을 써야했던 트럼보를 블랙 리스트에서 해방시켜준 더글러스의 행동은 당시로서는 로마제국에 반기를 든 노예 스파르타커스의 용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1940년대 말부터 근 10년간 미국을 휩쓴 미 연방하원의 비 미국적행위 조사위의 공산주의자 색출작업은 미국 민주주의에 큰 오점을 남긴 마녀사냥이었다. 조사위는 특히 진보파들의 아성인 할리웃을 목표로 삼고 영화인들을 의회로 소환, 공산당과의 관련 여부를 다그쳤다. 이에 묵비권을 행사해 의회 모독죄로 옥살이를 한 '할리우드 10' 중의 하나가 트럼보였다.

이를 계기로 미 영화협회는 조사위에 비협조적인 사람들은 할리우드에서 일 할 수 없다고 발표했고 스튜디오들이 이 지침을 따르면서 블랙리스트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할리우드에서 일 자리를 구할 수 없는 감독과 배우 및 각본가들은 유럽으로 도주하거나 가명을 사용해 글을 썼는데 그 중에는 자살한 사람들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살아 남으려고 조사위에 출두, 공산당과 관련된 동료들을 까발린 배신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블랙 리스트는 1960년 12월 트럼보가 버젓이 자기 이름으로 각본을 쓴 '스파르타커스'와 '엑소더스'가 각기 흥행 제1위와 2위를 차지하면서 제풀에 소멸되고 말았다.

더글러스가 최근 자신이 블랙 리스트를 깨는데 앞장 선 뒷 얘기를 적은 회고록 '나는 스파르타커스다!'(I Am Spartacus!)를 출간했다. 그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기도 고흐의 전기영화 '삶의 욕망'의 주역을 맡기 위해 MGM이 내민 충성서약에 서명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런 짓은 치욕적이요 허영이었으나 고흐역을 너무나 하고 싶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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