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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증권가 데자뷔


2003년 서울 여의도의 밤 거리는 썰렁했다. 어둠이 찾아오면 큰 빌딩에 불만 요란할 뿐 정작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해만 떨어지면 조용해지는 이유는 500대까지 떨어진 종합주가지수에 있었다.

"벤처 붐이 일 때만 해도 분위기 좋았지. 밤만 되면 여의도 일대가 돈 쓰는 사람들로 넘쳐났거든. 그런 시절은 언제나 다시 올까."

증권사 직원들은 불과 몇 년 전의 호시절을 일부러라도 기억해내곤 했다. 기껏해야 소주잔을 기울이는 그들이 과거 위스키잔을 호기롭게 부딪치던 때를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주가는 이후 우상향 곡선을 계속 그렸고 증권부를 떠난 후 2,000포인트를 넘었다. 2,000포인트를 뚫었을 때 그들은 다시 위스키잔으로 권하거니 잣거니 했을 것이다.

2013년 여의도는 10년 전의 데자뷔였다. 코스피지수는 10년 만에 4배로 뛰어 있는데 사정은 오히려 더 심각했다.

주식거래 는다고 수익 커지지 않아

"주가가 오르면 뭐합니까. 거래가 터져야죠."

증권사 직원들이 늘어놓는 푸념의 대상은 이구동성으로 거래금액이었다.

2007년 금융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 우리 증시는 10월2일부터 11월7일까지 26거래일 동안 2,000포인트대에 있었다. 이때 평균 거래대금은 8조3,437억원이었고 10월11일에는 10조5,597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2008년 10월24일부터 11월25일까지 23거래일 동안 평균 거래대금은 5조7,555억원으로 내려갔다.

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주식을 사고판다. 거래는 터지고 증권사는 돈을 번다. 주가가 내리면 사람들은 손을 털고 빠져나간다. 거래는 줄고 증권사는 적자를 본다.

이때만 해도 위탁매매 수수료는 증권사 수익의 절대비중을 차지했다. 주가 상승은 거래 증가로 연결되고 거래 증가는 증권사 수익으로 돌아왔다. 이 공식은 금융위기 때까지 유효했다.



2월19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2조8,152억원을 기록하며 급기야 코스닥과 같은 2조원대 시대를 열었다. 지수는 2,000포인트 전후로 2007년과 같은데 거래대금은 3조~4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요즘 위탁매매 수수료는 증권사 수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거래대금이 떨어지고 거기에 증권사 간 경쟁으로 수수료 요율이 내려간 걸 감안하면 수수료 수입은 그때에 비해 절반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가는 하반기에 오른단다. 여의도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다. 주가가 오르면 거래가 터질까. 아니다. 요즘 투자자는 펀드 등 간접투자를 많이 한다. 증권사의 자산관리서비스도 많이 받는다. 장기투자는 거래를 일으키지 않는다.

수수료 수입은 늘까. 아니다. 요즘 투자자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거래를 한다. 수수료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거래에 비해 훨씬 싸다. 증권사들은 고객 니즈에 맞춰 모바일 거래 시스템에 투자를 많이 한다. 어찌 보면 자기 발등을 찍고 있다.

10년이 지나 여의도를 다시 보면서 증권사 경영이 천수답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수답은 그래도 비가 오면 벼를 심어 수확을 할 수 있다. 증권사는 거래가 터지지도 않겠지만 터지더라도 큰 돈을 만들 수 없다.

새 상품으로 새 시장 만들어야

기존 방식은 안 된다. 지금처럼 거래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한다는 것은 결국 투자자를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완전히 새롭게 접근해야 된다. 주가연계증권(ELS)은 그런 면에서 하나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여의도에서는 ELS를 단군 이래 최대 히트상품이라고 한다. 마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개벽한 것처럼 말이다.

요즘 여의도는 결산 때문에 바쁘다. 실적은 아마 좋지 않을 것이다. 실적을 책임져야 할 사람도 나올 것이다. 힘들겠지만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그래도 힘이 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들고 나온 창조경제가 실은 여의도에 딱 맞는 화두다. 금융투자업계가 창조경제로 새 시장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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