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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교는 한강 다리 중에 투신 자살이 세 번째로 많은 곳이죠. 또 통행량이 가장 많고요. 생명의 전화 설치로 조금이나마 자살하는 사람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시형 생명보험재단 이사장)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 누군가가 마지막 순간에 말을 걸어주면 생각을 바꿀 수 있어요. 이번 전화 설치를 시작으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 매년 되풀이하고 있는 한강다리 위 투신 자살을 막기 위해 민ㆍ관이 나섰다. 2006년 이후 최근 5년 간 한강 다리 투신자살인원은 458명. 사흘에 한 명꼴로 다리에서 뛰어 내리고 있는 것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5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ㆍ한국생명의전화ㆍ한국자살예방협회 등 민ㆍ관 공동으로 한남대교 인도교에 자살예방 긴급전화인 ‘생명의 전화’ 4대를 설치했다. 이번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에게 마지막 전화 통화를 유도해 마음을 돌리도록 하거나 자살시도 광경을 목격한 사람이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 생명의 전화가 설치된 서울 한남대교 남단 330m 21번 가로등 앞에서 개통식이 열렸다. 개통식에 참석한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자살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서울시에서도 자살예방 4개년 계획을 실행 중에 있는데 이번 생명의 전화설치를 계기로 기존 프로그램들을 더욱 촘촘하게 연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한강 다리에 투신 자살한 인원은 2006년 106명, 2007년 72명, 2008년 89명, 2009년 83명, 2010년 108명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면서 다리에서 투신하는 인원이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다른 국가의 경우 투신 자살자들이 몰리는 다리에 긴급전화나 CCTV를 설치해 자살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일례로 1927년 개통 후 연간 30명이 투신 자살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는 긴급 전화와 난간이 설치돼 있다. 호주 캡 팍 절벽에도 긴급전화, 감시카메라 등을 설치해 연간 자살자 수를 50명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생명보험재단이 이번에 설치한 생명의 전화는 이들 국가의 사례를 벤치마킹 해 도입한 것이다. 생명보험재단은 9월말까지 한강다리 중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마포대교와 한남대교에 각 4대씩, 총 8대의 ‘생명의 전화’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시형 이사장은 “전화기 설치 효과를 지켜본 뒤 주무관청과 협의해 다른 지역으로도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생명의 전화가 자살 기도자들의 마음을 돌려 더 이상 한강 다리에서 자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통식에는 조은희 부시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석용 의원, 이시형 이사장, 한국생명의 전화 박종철 이사장,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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