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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베이징의 '태권도 한류'
입력2007-05-22 17:44:32
수정
2007.05.22 17:44:32
“준비~시작!”
21일 오후8시30분 (현지시각) ‘제18회 세계 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北京) 창핑(昌平)체육관에서는 심판의 경기시작을 알리는 우리말 구령과 함께 한국 태권도의 헤비급 간판 스타 남윤배 선수의 준결승전 경기가 시작됐다. 두 선수의 힘찬 발차기가 오갈 때마다 중국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 터져나왔다.
요즘 중국에서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 바람이 거세다. 중국 전체 태권도 인구는 20만명을 넘어섰고 베이징에만 200여개의 태권도장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 중서부의 쓰촨(四川)성에서는 최근 태권도가 초등학교의 정규 과목으로 채택됐다. 특히 이곳 창핑체육관은 세계 태권도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중국의 태권도 메카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는 124개국에서 1,700여명의 선수 및 임원이 참가한 역대 최대규모의 세계 태권도선수권대회로 중국은 이 대회를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전초전으로 보고 5,000여석 규모의 경기장을 새롭게 단장했고 선수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며 대회 준비에 정성을 쏟았다. 중국 신문들도 “이번 대회는 중국에서 태권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1년 만에 처음으로 유치하는 세계규모의 대회”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대회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중국의 태권도 열풍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에서 금메달 사냥을 하겠다는 스포츠 당국의 정책적 속셈에 힘입은 점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태권도가 지닌 특유의 매력에서 비롯된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사는 장민씨는 “태권도는 강한 격투기이면서도 예절을 강조하는 운동으로 성장기 청소년들의 심신 단련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면서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태권도 열풍은 분명 반길 일이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고구려사를 왜곡한 ‘동북공정’이라는 쓰디 쓴 경험 때문인데 실제 일부 국수주의적인 중국학자들은 고구려 쌍영총의 벽화에 나와 있는 택견 그림을 근거로 태권도가 자신들의 무술이었다고 억지를 펴고 있다. 그러나 181개국 6,000만여명의 태권도 인구가 “준비~시작!”이라는 우리말 구령을 알고 있는데 태권도를 ‘중국산’이라 우긴다면 전세계의 비웃음만 초래할 것이다.
중국 태권도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베이징 세계태권도대회를 계기로 중국의 태권도 대중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권도 한류’의 빠른 확산을 통해 동북공정으로 빚어졌던 갈등을 한때의 일로 떨쳐내고 한중 양국이 참된 우호협력의 길을 걷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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