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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감춘 보석 같은 古都

마카오<br>갬블러로 왁자지껄한 카지노 벗어나<br>세나도광장 주변 갈림길 걷다 보면<br>성 바울 성당·몬테 요새·아마사원등<br>동서양의 역사 간직한 명소 가득<br>'궁' 촬영지 베네치안 리조트도 볼만

카지노와 호화로운 리조트로 유명한 마카오는 속살을 들춰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십 개가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도시다. 마카오의 랜드마크인 마카오타워(사진 위)는 낮에는 스릴 넘치는 번지점프의 명소로, 밤에는 황홀한 야경의 별천지로 변신하는 성바울 성당(중간)과 세나도 광장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제공=하나투어

"가 봤지만 제대로 보지 않았던 곳, 또는 무관심하게 지나친 곳들 가운데 어떤 곳이 가끔 눈에 번쩍 띄면서 우리를 압도하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곳은 서툴게나마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질을 가지고 있다." 행복을 얻고 싶다면 길을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여행의 기술'의 한 대목이다. 가까운 해외일수록 보통이 말하는 여행의 매력에 더욱 쉽게 빠져들게 한다.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마카오가 바로 그 범주 안에 드는 도시다. 마카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모이는 겜블러들을 위한 카지노,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 등 도박과 환락의 도시, 남성들의 로망 등으로 고정되기 쉽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다면 마카오는 보통이 말한 대로 '무관심하게 지나친 곳에 서툴게나마 아름다움을 부여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기에 충분하다. 마카오는 여의도 3배 정도의 면적으로 1박2일 테마여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면적이 작다고 볼거리가 적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카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25개가 보석처럼 숨겨져 있는 고도(古都)다. 대부분이 반도 서쪽에 모여 있어 하루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마카오 테마 여행은 마카오 반도 도심지인 세나도 광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세나도는 포루투갈어로 '의회'라는 뜻으로 이곳은 오랜 기간 정치ㆍ문화ㆍ사회ㆍ경제의 중심지였다. 돌로 된 물결무늬 모자이크 노면이 독특한 세나도 광장은 조명이 켜지는 밤 풍경이 압권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릴세나도 빌딩 역시 광장의 물결무늬와 조화를 이룬다. 현재 시정 자치구로 사용되는 이곳의 뒤뜰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어 유럽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광장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보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곳이 중국이라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성바울 성당 표지판을 따라 골목을 들어서면 마카오의 명물인 아몬드 쿠키, 에그 타르트, 육포 등을 파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먹음직스럽게 자른 시식 코너는 기본이고 우리말로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을 만나는 순간 중국 특유의 상술에 여행객의 발걸음이 멈춰진다. 다시 발길을 돌려 걷다 보면 정문과 계단 일부만 남아 있는 성바울 성당이 처연한 자태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탈리아 예수회 신부들이 설계한 것을 토대로 종교박해를 피해 나가사키에서 건너온 일본인들이 지난 1637년 완공했다. 불행히도 1835년 덮친 화마로 외벽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성바울 성당 왼편에는 몬테 요새가 있다. 마카오 반도 정중앙에 위치한 요새는 1622년 네덜란드에 맞서 싸웠던 역사의 현장이다. 바라 언덕 밑에 위치한 아마 사원은 중국 문화의 정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아마 사원은 어부들의 수호신인 아마 여인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곳으로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연기를 뿜어내는 듯 서 있는 거대한 향이 눈에 들어온다. 향 연기가 몸을 정화해준다고 믿는 중국인들은 이곳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욱한 향 연기에 자신을 내맡긴다.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드라마 '궁'의 촬영지로 유명한 콜로안 빌리지나'꽃보다 남자'의 촬영지였던 베네치안 리조트로 발길을 옮겨보자. 성프란시스코자비에르 성당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프러포즈한 곳으로 달콤한 우유 푸딩을 맛본 후 천천히 걷다 보면 잠시나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행복에 빠질 수 있다. 마카오는 '한 마리 새가 되고 싶은' 여행객에게 자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338m 상공에서 도심지로 떨어지는 마카오타워 번지범프가 최근 젊은이들의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광활한 자연 속을 활강하는 뉴질랜드의 번지점프나 테마파크의 아기자기한 번지점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모함(?)을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은 전세계 활동적인 모험가들이 성지로 여길 정도다. 지난 440여년간 동서양의 소통을 위해 자리를 내줬던 마카오는 20세기 들어 수많은 럭셔리 카지노 호텔들이 새롭게 스카이 라인을 만들어내면서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라는 변신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한적한 밤거리를 걸으며 고도의 차분함을 느끼기에도, 유수의 테마파크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세계 최고(最高) 번지점프의 짜릿함에 감전되기에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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