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황해도 안악군. 농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구려의 무덤이 발견됐고 '안악 3호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하궁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규모가 큰 이 무덤은 화려한 벽화들로 가득 차 있었다. 1,600년이 지났는데도 색이 선명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들 '고분 벽화'를 통해 무덤 주인의 초상화는 물론 당시의 행렬, 사냥, 씨름, 마구간, 부엌, 우물가, 방앗간 등이 생생하게 확인됐다. 한 폭의 그림이 수십 장 역사서도 담지 못할 당시의 생활상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관통하는 16가지 대표 예술품을 통해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요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가 아이의 궁금증에 답해 주듯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역사를 암기과목으로만 생각하는 이에게는 예술품을 통해 역사를 받아들이는 '보는 즐거움'을 일깨운다.
예를 들어 울산 장생포의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 신석기 시대에 고래를 잡던 수렵 생활을 파악할 수 있고, 거대한 돌을 쌓아 만든 고인돌에서는 청동기 시대가 계급사회였음을 알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시대가 내려올수록 그림들은 더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변화해 흥미가 한층 커진다. 이차돈의 순교비에 새겨진 그림을 보면 신라의 귀족들이 왜 그토록 불교를 반대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또 고려 초기의 투박한 불상에서는 호족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으며, 휘황찬란한 고려 불화에서는 귀족들의 문화가 드러난다. 만원짜리 지폐의 세종대왕 옆에 배치되기도 한 '일월오봉도'에는 '우주의 정점에 임금이 있다'는 조선 개국의 이념이 숨어있고, 겸재 정선을 기점으로 발달한 진경산수화에는 우리 자연을 우리 표현법으로 그리고자 한 자부심이 녹아있다. 한국사의 맥을 쉽게 잡는 데 도움되는 책이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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