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61·사진) 쌍용건설 회장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쌍용건설의 변경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관계인 집회에서다. 김 회장은 관계인 집회 후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중동 순방길에 올라 그로부터 직접 눈물의 의미를 듣지는 못했다. 다만 김 회장을 잘 아는 지인들은 손해를 본 채권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를 들었던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며 채권자들을 설득했던 지난날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쳐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쌍용건설의 M&A는 극적이다. 지난 1998년 1차 워크아웃 이후부터 7차례나 실패했던 M&A가 8번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쌍용건설의 이번 M&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약 175조원의 자산을 운영하고 전 세계에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두바이투자청(ICD)이 쌍용건설을 인수함으로써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였던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기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쌍용건설은 지난 1월 29일 당초 예상보다 보름 정도 빨리 ICD와 본계약을 맺고 M&A 투자유치를 완료하는 등 경영정상화와 영업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에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형·영업형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며 해외에서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김 회장도 곧바로 중동으로 달려가 해외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 쌍용건설의 재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기술력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전통적으로 해외 건축에 강점을 보였던 회사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과 두바이에 있는 주메이라 에미리트 타워 호텔은 쌍용건설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 같은 쌍용건설의 기술력은 법정관리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위축되지 않았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의 휴양지인 랑카위에 건설될 세인트 레지스 랑카위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약 820억원에 단독으로 수주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회사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으로 여러 해 동안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1년 2,400여명에 달했던 인력이 현재 720명까지 줄어들었지만 기술력을 보유한 핵심 인재들은 지켜냈다"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인정받은 명성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도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랜드마크 빌딩 대부분을 지을 정도로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라며 "최악의 시기가 지나가고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며 화려한 재기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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