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부진하다. 세계경기 둔화, 원화강세 등 단기 요인들이 수출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시기가 지나가면 수출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여기에 답하려면 중국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수요자로서의 중국을 보자.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5%로 대미국·유럽연합(EU)·일본 수출 비중을 합한 27%와 유사하다.
중국은 경제 성숙과 고령화 등으로 전반적인 성장세가 둔화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확대된 투자 부문이 조정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과잉투자 해소를 위해 투자 대신 소비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이 과정 중 일부이다.
그런데 필자가 분석한 바로는 우리나라 대중 수출이 중국의 소비보다 투자에 연동된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중국의 성장세 둔화뿐만 아니라 소비와 투자의 구성비 조정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 요인이 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투자보다 소비와 연동된 수출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다음으로 생산자로서의 중국을 보자.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3%로 독보적이다. 과거 우리가 일본을 추격했듯이 최근 중국은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제품, 선박 등 우리 주력품목에서 수출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추격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교우위가 없는 산업을 축소하고 과거 선진국을 모방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고유한 핵심 역량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수요자와 생산자로서 중국의 영향은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이에 대처하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보유한 한정된 생산자원이 비교우위가 있고 유망한 산업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개혁 없이 수출부진의 장기화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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