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교황이 한국에 도착하는 모습이 생중계된 14일 오전10시30분. 서울 중구 서울역을 바쁘게 오가던 시민들이 일제히 대합실에 놓인 대형 TV로 모여들었다. 의자에 편히 앉아 있던 사람들은 교황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TV와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군중들 사이로 "교황님 도착하셨네" "오셨다" 등의 감탄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교황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사뭇 경건했다. 각자가 가진 종교를 떠나 교황이 한국 땅을 밟는 순간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하다는 시민도 많았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임용순(78)씨 부부는 "세계적인 성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럽고 먼 길 오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교황의 방문이 갈등과 재난·사고가 이어지는 한국에 많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기대도 많았다. 서울 신촌에 거주하는 장선희(40)씨는 "최근 세월호나 군 사고로 희생자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분들의 마음을 잘 위로해주고 다독여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신교 목사인 권태문(74)씨도 "요즘 우리 사회가 혼란하고 정치권도 어수선한데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주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직장인 엄모(33)씨 역시 "인생의 사표(師表)로 삼을 만한 분이 한국에 오신다니까 들뜨고 뭔가 전환점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가 생긴다"고 전했다.
한편 16일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미사 준비가 한창인 광화문광장에도 시민들이 북적였다. 기자가 불과 1시간여 지켜보는 사이 400여명의 시민들이 사반세기 만의 교황 방문에 비상한 관심을 표하며 시공현장을 다녀갔다. 과천에서 온 이모(60)씨는 "시복식날 신자로 참석하지만 가까이서는 못 볼 것 같아 미리 왔다"며 "남은 생애 다시 없을 귀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여행을 왔다는 프란치스코(28)씨는 "요즘 어디를 가나 이름이 프란치스코라면 교황님이 오셨다고 다들 환영을 해준다"며 "이번에 한국에서 아픈 일들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교황이 다녀가고 나시면 좀 치유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단에 설치된 대형 십자가를 보자마자 "파파"를 외치며 환호하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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