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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모습에 매의 발톱 내보여 '저금리 중독된 위험투자'에 경고

■ 옐런 "고용개선 땐 조기 금리인상 가능"

섣부른 경기낙관론 경계

부양책 지속 강조했지만 기존입장서 퇴로 열어둬

하반기 미국 경제회복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비둘기 톤을 유지하면서도 매의 발톱을 슬쩍 내밀어 보였다. 상당기간 초저금리 지속 방침을 강조하면서도 '예상보다 빠른 고용시장 개선'을 전제조건으로 달아 조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옐런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상원은행위원회 출석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와 의회 증언에서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개선돼 연준의 두 가지 목표(완전고용과 물가안정)를 향해 수렴한다면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 예상보다 더 일찍,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이 조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그는 이례적으로 "레버리지론, 저등급 기업 채권 등 일부 자산의 거품 조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준이 이날 의회에 제출한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도 "소형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바이오 주식에 대해 고평가 우려가 제기된다"고 경고했다. 연준 통화정책 보고서가 특정 자산의 거품 우려를 내놓기는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를테면 옐런 의장이 저금리에 중독돼 위험투자를 일삼고 있는 투자가와 일부 자산시장에 대해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지난달부터 고용·제조업 등 주요 경제지표가 큰 폭의 개선 추세를 보이자 기준금리 조기 인상설을 일축하던 옐런 의장도 일종의 퇴로를 열어놓은 것이다. 지난 6월 미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28만8,000명을 기록하며 전망치인 21만5,000명과 전월의 22만4,000명을 모두 웃돌았다. 미국의 신규 고용은 연준의 목표치인 20만명을 5개월 연속 넘어섰다. 또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마킷에 따르면 6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7.3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다.

이 때문에 올 3·4분기부터 미 경제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3~9일 7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올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평균치는 3.3%에 달했다. 이는 2분기 연속 평균치로는 2004년 4·4분기~2005년 1·4분기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이날도 옐런 의장은 전반적으로 비둘기 톤을 강하게 유지했다. 그는 "전반적인 미 경제전망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경기회복은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연준은 당분간 성장 견인과 노동시장 개선을 위해 경기부양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이어 "미 경제가 겨울철 나쁜 날씨 탓에 1·4분기 침체를 겪은 후 2·4분기 성장률 반등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 또한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오는 10월쯤 양적완화 조치가 끝나도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저조한 노동참여율, 역사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장기 실업률 등을 고려하면 현재 노동시장이 상당히 부진하다"고 못 박았다. 지금으로서는 금리 조기 인상에 부정적이라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의회에서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질문에도 "경기전망이 매우 불확실해 어떤 공식이나 기계적인 답변을 줄 수 없다"면서도 "미 경제의 역풍이 사라질 때까지 부양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겉보기에 얼핏 혼란스러운 옐런 의장의 신호에 대해 존 힐센래스 월스트리트저널(WSJ) 연준전문기자는 이날 "섣부른 경기회복 낙관론을 경계해 초저금리 지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조기 금리 인상의 여지를 남겨놓은 '뛰어난 새 방어막(notable new hedge)'을 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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