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발표했지만 산업 현장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임금체계 선진화를 위한 노사상생 소통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통상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좀 더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의 법리를 비교적 명확히 했지만 애초에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 판단 기준이 추상적이고 복잡해 많은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미나에 참석한 한 대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는 "재직자에게만 주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데 재직자 요건으로 통상임금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더러 모든 상여금·수당에 요건이 있는지 일일이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며 "이렇게 복잡한 기준으로 노사 임금협상을 해나가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권 교수는 새로운 대안으로 극히 일부 임금을 제외한 모든 임금을 다 합친 뒤 그 중 일정 비율을 통상임금으로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임금은 변동상여금·축의금 등 시혜적으로 지급하는 금품, 교통비·식대 등 실비변상적인 비용,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이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낸 결론 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지급 주기가 1개월을 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고용부 예규를 계승한 안이다. 두 방안 모두 지금의 기준보다 단순·명확해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임금제도개선위원 가운데 한 명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 범위를 노사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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