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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훔쳐보기]현대판 예송논쟁 속 김무성의 딜레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요즘 조선시대 예송논쟁(禮訟論爭)을 보는 것 같습니다.”

기자가 4일 최근 여야 대치 정국을 예송논쟁에 비유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금 팽목항에 배가 360척 떠있단 사실 알고 있나. 비행기도 24대 돌아다니고. 그돈 전부 국민 세금으로 나간다”고 답했다. 정쟁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가자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송논쟁은 조선시대 효종과 효종의 비가 각각 숨졌을 때 인조(효종의 아버지)의 계비인 조대비(趙大妃)의 상례(喪禮)를 놓고 당파간에 날카롭게 대립한 사건을 말한다. 1659년 효종이 승하하자 서인은 “효종이 둘째”라며 만 1년, 남인은 “장자나 마찬가지”라며 3년(만2년)을 주장했고, 1674년(현종 15년) 효종의 비가 숨지자 남인은 만 1년, 서인은 8개월을 각각 고집했다. 당시 예송논쟁은 당파간에 왕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깔려 있는데, 정쟁에 몰두할 수록 민생을 챙길 시간이 없이 허송세월하게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최근 세월호 정국도 여야간에 특검 추천위원 여당 몫 2명을 놓고 “유족의 동의를 거쳐 여당이 추천하겠다(새누리당)”, “유족과 야당이 추천하게 하자(야당)” 는 식으로 형식논리에 얽매여 정국파행이 거듭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청와대와 여당을 믿지 못하니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유족의 요구도 거세지만 여야가 특검 추천에만 합의하면 정치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지금을 예송논쟁 당시와 비교하는데 직접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거듭 “(정국이) 한심하고 답답하다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수많은 민생·경제법안에다가 예산과 세법, 국정감사 등의 정치일정,규제완화·공공기관과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이슈, 남북관계·외교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것이다. 민생·경제법안을 분리처리하지 않는 야당에 대해서도 “한심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보장법 등 산적한 수많은 민생법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면서도 ‘김무성 역할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체제에서 대야 협상은 원내대표 몫이라는 것이다. “야당에 대표라도 있으면 그쪽하고라도 얘기하겠다. 여야가 재협상안까지 내놨는데도 유족들은 여전히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요구하는데법과 원칙에 맞지 않고 여당도 양보할만큼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야당과 타협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와 논의해 특검 추천의 융통성을 발휘하면 어떠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차 “법과 원칙의 문제”라고 넘어갔다. 대통령과 유족간 만남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해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에 야당의원들이 민심을 전해 들으면 바뀌지 않겠는가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보스 스타일로 정치적 리더십과 중량감이 만만치 않은 김 대표의 말 치고는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 집권당 대표로서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던 정치권의 약속을 지키긴 해야 하겠는데, 아직은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나서면 필히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김 대표의 딜레마가 표출된 것이다.

한편 김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어 불구속수사가 원칙이긴 한데…”라면서도 “(방탄국회 비판에 대해) 난감하고 죄송하다.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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