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가 47만명 늘었지만 이 가운데 20만명은 자영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일자리 수가 증가하는 착시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대출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부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이처럼 늘어남에 따라 경쟁 격화에 따른 추가 부실이 우려된다.
더욱이 10대부터 40대의 일자리는 일제히 감소했는데 되레 50대 이상 취업은 52만6,000명 증가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만 심화되는 형국이다.
◇취업자 절반이 자영업자=16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1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7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 36만5,000명으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40만명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 자영업자 취업자 수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취업자 수는 19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 규모(47만명) 중 42%나 차지했다. 자영업자 중에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3만4,000명으로 대부분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 영향으로 자영업자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지만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 규모는 1만3,000명에 불과했다.
연령별 취업자 증감을 보면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더욱 잘 드러났다. 40대 이하 연령층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50대 이상은 오히려 취업자가 급증했다. 연령대별로 취업자 수는 ▦15~19세 -2.5% ▦20대 -2.5% ▦30대 -0.7% ▦40대 -1.9% 등은 감소했고 ▦50대 27.5% ▦60대 25.1% 등은 늘었다. 인구 증감효과가 반영됐다고 하지만 젊은층을 밀어내고 50대 이상 연령층이 고용 증가세를 주도하는 구도가 뚜렷하다.
◇은퇴 후 자영업으로 내모는 정부=하지만 통계와 현실의 괴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다. 재정부는 이날 자료에서 취업자 수 증가에 따라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60.3%, 경제활동 참가율은 0.2%포인트 상승한 62.2%를 기록했다며 '안정적인' 취업자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다. 은퇴 후 퇴직금을 털어 음식업 등 영세 자영업자로 재취업할 경우 성공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 오히려 노후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금융 당국이 자영업자의 가계부채 문제를 밀착 감시할 만큼 빚을 내 빚을 갚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레드오션'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영세 자영업체 3곳 중 1곳이 1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연말이다. 일부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예고해둔 상태에서 은퇴자들의 자영업 창업은 더욱 늘어나고 경기둔화로 청년층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4ㆍ4분기 이후 고용 증가폭이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정부 관계자는 "취업자 증가세는 지속되겠지만 취업자 증가폭은 월별 등락을 반복하다 4ㆍ4분기 이후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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