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텃밭을 가꾸고 산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밭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 위해 적절한 물과 햇빛, 그리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려 부단히 애를 쓴다. 꿈이나 노력은 그 밭을 건강하게 하는 소중한 거름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텃밭 가꾸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밭에 타인의 눈물과 피를 뿌리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씨앗을 땅 속에서 썩히기도 한다.
어떤 밭이든 자신의 것이라면 그곳에서 나온 결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원칙이다.
이 점은 리더도 마찬가지다. 다만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밭 한 평이 아니라 수천만 평의 밭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점이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일 게다.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한 이명박 대통령도 조만간 자신이 뿌린 것을 거두는 시점을 맞이한다. 공과에 대한 평가는 후대의 몫으로 남겨두고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자면 이 대통령의 밭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는가.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 '다스'라는 회사, 형님이 집안 붙박이장에 모아둔 현금 수억원, 그 돈을 받아들고 내곡동 사저 부지의 일부분을 구입한 아들, 형님과 아들이 작성했다는 행방이 묘연한 차용증 원본…. 이 존재들은 이명박이라는 한 자연인이 소유한 밭에 흩뿌려진 것이다.
지난달 이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국민 앞에 깨끗이 털겠다는 각오로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정신으로 특검을 임명한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가 미처 이뤄지지 않았지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에서 특검을 포용했던 그다. 이 주장대로 이 대통령이 소중하게 가꿔온 텃밭에 말 그대로 의혹일 뿐인 것이 얹혀진 상황이라면 밭을 며칠간 조금 더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이들의 특검 연장 요청을 애써 모른 척할 필요는 없다. 이제와 문을 걸어 잠근다면 미처 살피지 못한 의혹은 멋진 열매가 필 수도 있는 인생의 밭을 끝까지 서성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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