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어느 대기업에서는 인사철만 되면 전 직원이 긴장한다.
'요직 부서를 관할하는 임원이 누가 되느냐? 그 임원의 고향이 어디냐?'에 따라서 그 휘하 조직의 직원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빠졌다, 들어 왔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아니 최소한 대한민국 남자의 필수 코스인 군복무만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지역주의의 단맛과 쓴맛을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지역주의는 개인을 보호하는 울타리인 동시에, 출세로 인도하는 계단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을 앞세운 편가르기로 얻는 과실의 맛이 달콤한 것에 비례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고통은 불가피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의 타파를 화두로 내걸고 3전 4기의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고, "지역주의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마치 "지역주의 타파"에 미친 사람처럼, 때로는 지지자들의 반대에 부딪치며 '대연정'을 주장한 것도 결국은 '지역주의'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지역주의'가 대한민국 사회에 얼마나 비정상적인 정치구조를 낳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의식구조를 얼마나 왜곡시키고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지역주의"에 일말의 동정심도 보내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지역주의가 '내가 나고 자란 땅에 대한 애착심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금도(禁度)를 넘어서는 순간, 우리들 자신을 파멸시키는 거대악으로 자리매김한다'고 주장한다.
다시금 돌아온 선거철에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같은 지역주의를 등 뒤로 숨기고 표 구걸에 나서고 있는 후보자들을 구별하려는 독자들이라면 읽어볼 만 하다.
다만 한 가지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이 낯 뜨거운 여운으로 남는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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