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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주입식 벗어나니 꿈이 보여요"

전국 첫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한 제주도 가보니…

화상수업·동아리활동 등 참여형 창의 수업 도입

진로탐색·인성교육 성과… 양질 강사 확보 등은 과제로

황우여(가운데 줄 왼쪽 두번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귀중앙여자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고 있는 과학 동아리반 학생들이 만든 전기회로 캐릭터 인형을 보며 환하고 웃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 동아리에서 배운) 직렬·병렬 전기회로도를 직접 디자인한 성탄 트리에 바느질을 하니 불이 들어와요!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어요."

지난 8일 오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아간 제주도 서귀중앙여자중학교 진로실에서 과학 동아리 자유학기제 수업에 참여한 김지호양 등 1학년 학생 9명은 이지선 숙명여대 디자인학과 교수와 전남 영광 성지송학중 과학 동아리를 연결하는 '원격화상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과 디자인을 융합한 '반짝반짝 바느질 회로' 수업에 푹 빠져 있었다. 도서 지역 등의 진로체험을 돕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 화상수업에 멘토로 참석한 이 교수는 "종을 치면 트리에 불이 들어오는 디자인이 당장 응용해도 좋을 만큼 참신하다"며 "회로를 컴퓨터와 연결하면 집에 누가 왔을 때 자동으로 불을 켤 수 있는 등 '사물인터넷'의 본연과도 직결되는 개념"이라고 이해를 도왔다.

10여개의 교내 자유학기제 수업을 참관하던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진로실에 들어서자 원격 화상수업은 본격적인 '진로 멘토링'으로 변했다. 전남 성지송학중 학생 등이 사회부총리의 어릴 적 꿈과 교육부 장관이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묻자 황 사회부총리는 "어릴 때는 영화관 주인이 되고 싶었다"며 "진심으로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교육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한 학기 동안 도입되는 자유학기제는 학생 스스로가 미래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체험 활동을 지원하고 토론·실습 등 참여형 창의수업을 도입해 교육 현장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것으로 학교 현장에서 '한국형 미래 교육의 단초'라는 평을 얻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13년 첫 출발 당시 전체 중학교의 1%인 42개교가 참여했으나 올해는 25%인 811교로 늘었고 내년에는 70%에 달하는 2,220교가 참여한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50%(1,600교)를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올 2학기부터 44개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도입했다. 교육부도 이 같은 호응을 감안해 자유학기제와 관련된 실제적인 법 제도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시험을 없애는 자유학기제 도입에 앞서 서귀중앙여중에서도 교사 전원이 반대할 만큼 우려가 컸다. 하지만 10여명 안팎의 자유학기제 연구수업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기에 주입식 교육을 배제하고 창의활동을 도입한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진로탐색과 인성교육 등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났다. 학생 각자의 표현력과 발표력도 크게 늘었고 학교를 행복하게 느끼는 학생이 급증했다. 학부모 오현영씨는 "(사교육으로 배운) 영어를 꿈으로 알았던 아이가 과학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진로를 체득해가고 있다"며 "시키지 않아도 주말 동안 탐구학습에 나서는 아이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달라지자 선생님들 역시 교과수업에서도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연수와 워크숍을 실시하는 등 변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 외부와 전체 사회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서귀중앙여중도 연구수업 가운데 3분의1가량을 학교 외부에서 진행한다. 그러나 연간 학교별 예산은 2,000만~3,500만원에 불과해 양질의 외부 강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진로체험에 협조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숫자가 적어 오는 2016년 전국 실시(3,186개교)를 앞두고 우려가 상당하다. 교원들의 추가 업무부담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황 사회부총리는 "너무나 밝고 긍정적으로 달라진 학생과 학교 현장을 보며 자유학기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인 중학교 시절에 학생들이 꿈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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