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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모교사랑 기려 모친이 장학금 기부

故김일태 서울시립대 교수<br>동료교수·학생 추모집 준비

가르침에 전념하다 생을 마감한 한 교수의 모교 사랑의 뜻을 기리기 위해 교수 모친이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故) 김일태(사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 심장마비로 57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1974년 이 학교에 입학해 1995년부터 교편을 잡은 그는 17년간 오직 제자들만을 생각하며 생활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교수의 뜻을 이은 사람은 교수의 모친이었다.

시립대에 따르면 김 교수의 모친이 최근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1억원을 맡겼다. 시립대 관계자는 "교수님이 생전에 워낙 학생들을 아꼈기 때문에 이 돈을 장학금으로 쓰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모친께서 전달하셨다"고 말했다.

생활의 중심이 학교였던 김 교수는 수업이건 밥을 먹을 때건 늘 학생들과 함께했다.

주변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면 용돈이며 학비며 아낌없이 내줬다. 이마저도 생색낼 일이 아니라며 아무도 모르게 했고 해당 학생이 미안해 할까 봐 꼭 다른 사람을 통해 건넸다고 한다.

한 동료 교수는 "김 교수가 17년간 학교에 있으면서 학생들을 위해 쓴 돈이 이번에 기부한 금액보다도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김 교수는 특히 경제 수준이 비교적 낮은 국가에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도 타지에서 고생한다며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명절에는 유학생들이 외로울까 봐 불러서 같이 식사를 하고는 했다.

김 교수는 중간ㆍ기말시험기간에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직접 야식을 주는 '사랑의 야식'을 처음 만들기도 했다. 강의를 듣느라 수고한 학생에게 봉사한다는 취지의 이 뜻깊은 행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시립대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은 김 교수를 기리고자 추모집 발간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김 교수가 생전 남겼던 글과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각자의 추억을 정리한 짧은 메모들이 담긴다.

학교 측은 이번 장학금 기탁을 계기로 장학회를 만들어 김 교수의 뜻을 이어받아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을 도울 계획이다.

김 교수와 입학 동기이자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고준환 교수는 "학생들을 그렇게 챙겼으면서 정작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않은, 어찌 보면 바보 같은 분이었다"며 "추모집이나 장학회사업 등을 통해 소박하게나마 고인의 뜻을 기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슬픔을 위로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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