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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의 CSI'… 전문조사관을 아시나요


이혼 등 서류로 파악 어려운 가정사건
전문지식·상담기술로 생활밀착형 조사 "CSI가 범죄현장 증거 분석 과학자라면
우린 감정·관계 살피는 인지행동과학자" 아동학 등 전공 전문인력 44명 맹활약
"CSI가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를 분석하는 과학자라면, 저희는 '이혼'처럼 겉으로 드러난 사실 아래 숨겨진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를 살피는 인지행동 과학자입니다." 지난 2001년 제1기 전문조사관으로 서울가정법원과 인연을 맺은 송현종 조사관(41)은 가정법원 전문조사관의 역할을 한마디로 '가정법원의 CSI'라고 요약했다. 송 조사관의 말대로 가정법원 전문조사관은 법관이 서류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가정사건의 속살을 살펴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록으로 남기기 어려운 복잡한 사연이 많을 수록 이들의 '조사보고서'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혼 소송을 낸 부부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거나 "내가 바로 숨겨진 친자식이다"라며 친자소송을 낸 원고와 '절대 내 아이가 아니다'라며 피고가 팽팽히 맞설 때 전문 지식과 상담기술로 무장된 조사관이 내 놓은 보고서는 재판부가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핵심 자료가 된다. 최근 협의이혼 당사자들에게 '부모교육'을 실시하거나 면접 교섭을 관리하는 실무도 맡게 되면서 전문조사관들은 더욱 바빠졌다. 송 조사관은 전문조사관으로서 생활 밀착형 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을 "'공정한 시각'과 '당사자를 사건이 아닌 사람으로 보자'는 원칙아래 최일선에서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가정법원에 들어오는 사건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가정법원 전문조사관은 법원 직제상으로는 '조사직렬조사관(조사주사•주사보)'이다. 서울가정법원 소속 18명을 포함해 전국 법원에 43명의 조사관이 있다. 서울가정법원이 업무를 시작한 1960년대도 '전문조사관'이라는 직책은 있었지만, 그 당시 전문조사관은 일반 법원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는 점에서 아동학•사회복지학•심리학 등을 전공한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별도로 뽑는 지금과는 다르다. 올해로 경력 6년 차인 김희영 조사관(38)은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사설 임상심리 전문기관에서 일하다 법원에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지원했다"며 "심리학자로서 제도적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가정법원에서 활약하는 전문조사관 제도는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일찍 도입해 현재 1,600여명의 전문조사관들이 각급 법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직 50명도 채 안 되는 우리나라와는 수적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일본도 2008년 개정된 우리의 협의이혼제도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혼숙려기간을 두고, 부부상담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한 민법 개정안은 그 동안 배제됐던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전까지 법원은 협의이혼을 승인해주는 역할을 했을 뿐 이혼 그 이후 문제는 관여할 수 없었지만 법 개정 이후 법원은 가정 문제의 애프터서비스(AS)까지 책임지고 있다. 민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가정법원 전문조사관은 부모의 이혼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대신해 면접 교섭을 주재하거나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올라 있는 부모들을 상담하며 합리적인 양육권자 지정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전문조사관이 참여하는 '자녀문제 솔루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혼 부부를 상담해 필요한 경우 법원과 연계된 전문기관에 상담을 의뢰하거나, 자녀와 떨어진 부모에게 자녀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일본은 이같이 적극적인 법원의 역할을 십 수년 간 논의해왔을 뿐 아직 시도 전이다. 송 조사관은 "사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전문조사관이 국민에게 꼭 필요한 후견적 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일본 법원 관계자들도 놀란다"며 "아직 전문 인력이 손에 꼽을 만큼 적고 조사관이 체계적으로 훈련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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