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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5월17일] 당밀조례

‘아메리카 식민지에 수입되는 외국산 당밀에 세금을 부과한다.’ 1733년 5월17일 영국 의회를 통과한 당밀조례(Molasses Act)의 골자다. 세율은 1갤런(약 3.78리터)당 6펜스. 식민지의 주류업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밀을 원료로 주조되는 럼주 1리터에 1펜스였던 시절, 이만저만한 고율관세가 아니었으니까. 영국이 무거운 세금을 매긴 이유는 프랑스를 견제하려는 데 있었다. 서인도제도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나오는 당밀을 뉴잉글랜드에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프랑스가 눈엣가시였던 영국 무역상들이 정부를 부추겨 고율관세를 매긴 것이다. 당밀조례에 항의하는 식민지 업자들에게 영국은 ‘영국령 서인도제도에서 출하되는 당밀을 수입하면 여전히 무관세’라고 회신했지만 뉴잉글랜드는 영국 업자의 당밀은 품질과 가격조건이 나쁘고 수량도 적다며 맞섰다. 영국은 식민지의 저항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고 ‘국산 당밀’을 수입할 것으로 믿었지만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법을 무시하고 밀수로 프랑스산 당밀을 사들였다. 심지어 영국이 프랑스와 7년 전쟁을 치르는 동안에도 당밀의 90%는 프랑스산 밀수품이었다. 당밀조례의 사문화에 당황한 영국은 세율을 절반으로 내리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밀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당밀조례의 실패에도 영국은 설탕세와 인지세 등 새로운 세금을 잇따라 부과했다. 같은 영국인이면서도 식민지 거주민의 세부담률이 본국의 20분의1 수준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식민지 주둔군의 유지비용만이라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전쟁통에도 적국과 밀거래할 만큼 돈에 집착했던 식민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국과 식민지의 대립과 감정악화는 결국 전쟁을 불렀다. 술과 세금이 미국 독립의 단초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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