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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

대담=정문재 정보산업부장 timothy@sed.co.kr<br>"이동통신 미래기술, 삼성이 주도" <br>휴대폰 가격경쟁 심화돼도 '제값받기' 전략 유지<br>자재구매·판매지역 다변화로 환리스크 줄일것<br>기술유출 막으려면 임직원 만족도 높여야 효과


[월요초대석]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 대담=정문재 정보산업부장 timothy@sed.co.kr"이동통신 미래기술, 삼성이 주도" 휴대폰 가격경쟁 심화돼도 '제값받기' 전략 유지자재구매·판매지역 다변화로 환리스크 줄일것기술유출 막으려면 임직원 만족도 높여야 효과 “삼성전자가 뭘 한다고 하면 코방귀부터 뀌던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 우리를 앞 다투어 벤치마킹 하고 있습니다. 2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출발이 늦었지만 3세대를 넘어 4세대는 우리가 주도할 겁니다.” 이기태(사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이 사장은 “지난해 4ㆍ4분기에는 경쟁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삼성은 앞으로도 계속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신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이 사장은 “1년 365일 내내 통신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좋을 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공상(空想) 통신’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세계가 놀랄만한 성공신화를 거두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삼성이 기술, 특히 원천 기술면에서는 세계적인 리더십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미국의 거대통신 회사인 AT&T가 사라진 것은 기술이 없어서도, 돈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제때 의사결정을 내리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무선통신의 역사가 20년밖에 안됩니다. 선진국들은 60~10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갖고 있어요. 그들이 새 기술을 만들면 어렵지 않게 세계표준이 되지만 우리는 그게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있습니다. 통신은 패러다임이 변하는 속도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빠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세대 패러다임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 4세대(4G) 통신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의 경우 경쟁사들보다 1년 이상 앞서 있고 4G는 일본 NTT도코모와 경쟁 중입니다. 올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3G 이동통신에서도 우리의 시스템 기술력이 세계 최고입니다. 삼성은 앞으로도 통신분야에서의 기술을 선도할 것입니다. -최근 들어 노키아 등 경쟁사들이 계속 가격인하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고가(高價)’ 정책을 계속 유지할 지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요. ▲우리는 물량으로 노키아나 모토롤러를 잡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휴대폰을 그들보다 싼 값에 팔아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물량경쟁이나 가격경쟁은 하지 않을 겁니다. 올해도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이동통신사들의 가격인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의 ‘제값 받기’ 전략은 그대로 유지될 것입니다. 우리가 제시하는 가격은 소비자에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ㆍ4분기 이익률이 크게 떨어진 것이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요. ▲지난해 세계시장에 8,650만대를 공급해 58%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평균판매단가나 영업이익률 등이 다소 떨어졌다곤 해도 여전히 세계 최고입니다. 올해 지난 1월 실적은 올해 목표 1억대 이상을 달성하기에 무리가 없는 정도로 회복됐습니다. 사실 마케팅 투자를 조금 줄이면 이익률을 높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대세’는 어느 정도 따라가야 한다고 봅니다. -보통 수익성을 보다 높이려면 국내 부품ㆍ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게 유리하지만 최근처럼 원ㆍ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는 해외에서 보다 많은 부품이나 소재를 들여오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바람직한 환(換) 리스크 관리 비법을 소개한다면 바로 ‘잘 사고 잘 파는 것’입니다. 자재 구매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제품을 미국ㆍ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 골고루 팔면 환 리스크는 저절로 줄어듭니다. 삼성 휴대폰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이 75~80%에 이르지만 환율이 요즘처럼 떨어질 때는 오히려 ‘역(逆) 국산화’가 필요합니다. 환 리스크가 클 때 비용을 절감하고 나중에 환 사정이 좋아지면 협력회사들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건희 회장께서 자주 말하는 ‘구매 예술화’라는 표현을 참 좋아합니다. 협력업체와 굳건한 협업기반을 구축하는 거죠. -지난해 세계 3G 휴대폰 시장에서는 특히 일본 NEC와 LG전자가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올해 삼성전자는 3G폰 시장에서 어떤 강점을 내세워 승부할 계획입니까. ▲올해는 상반기에만 10여개 정도의 3G용 휴대폰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보다폰 등 대다수 유럽 3G 사업자들과 활발히 협의를 벌이고 있습니다. 상반기에 내놓을 제품들은 모두 메가픽셀급 카메라를 탑재하는 한편 세계 최소형ㆍ가로보기형ㆍ듀얼스피커 등의 특징을 내세울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신장비 및 시스템 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삼성전자의 통신 장비 분야도 획기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만…. ▲삼성전자의 시스템 사업부는 동기식 CDMA 1x EV-DO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데 이어 비동기식 표준인 WCDMA와 중국 독자표준인 TD-SCDMA 등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 EV-DO 시스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제품입니다. 이동 중에도 초고속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역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멘스ㆍ노텔 등이 최근 1.8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3세대 통신 HSDPA를 시연해 연말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보다 6배 이상 빠른 11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이미 개발했습니다. 시스템 사업을 꾸준히 활성화시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경쟁업체들은 삼성의 강점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꼽는다고 합니다. 조직규모가 엄청난데도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의 핵심역량을 분석한 수백페이지 짜리 자료를 만들었다고 해서 들여다봤는데 내용이 별로 맞지 않더군요(웃음). 삼성전자가 셀 수 없이 많은 관절들로 연결돼 있다면 그 마디마디에는 핵심 비타민 같은 게 들어가 있습니다. 신진대사가 스피드 있게 이뤄지도록 돕는 게 비타민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임무죠. 조직의 리더라면 톱다운(Top-Down) 식으로 기업활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늘’이 지는 곳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수시로 바뀌며 새로 생기는 그늘을 찾아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봅니다. -삼성전자 같은 첨단 기술업체의 경우 중요한 기술이 외부로 새어나갈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하드디스크 없는 PC를 쓰는 회사들이 늘고 있지만 사실 PC에 저장된 것보다는 사람 머리 속에 든 아이디어의 가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보안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못지않게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수시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내부 만족도를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서로 아껴주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구내 식당의 반찬 한가지에도 신경을 쓰는 세심한 배려가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비결이라고 봅니다. [발자취] 삼성전자 33년 외길 '불도저' 스타일…애니콜 신화 이끌어낸 '미스터 핸드폰'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미스터 핸드폰'으로 불리는 세계 휴대폰 산업의 대표주자이자 산 증인이다. 7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94년 무선부문 이사로 처음으로 휴대폰과 인연을 맺은 뒤부터 '애니콜 신화'를 창조할 때까지 줄곧 통신분야에서만 재직했다. 이 사장이 진두지휘한 10여년 동안 애니콜의 외형은 무려 100배나 불어났다. 95년 애니콜 판매량은 100만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억대를 넘보고 있다. 그는 직관이 뛰어난 '용장(勇將)'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로 알려져 있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뒤돌아보지 않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별명이 '불도저'다. 거두절미하고 정곡을 찌르는 화법, 자신감 넘치는 뚜렷한 주관과 소신 탓에 에피소드도 수없이 많다. 해외 바이어를 만날 때 휴대폰을 벽에 집어 던져 얼마나 견고한 지를 보여준 뒤 협상을 시작했다거나, 품질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무선전화기 15만대를 쌓아놓고 불태워 버렸다는 일화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장은 대기업 CEO 중 사표 제출 횟수로도 단연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과장~부장 시절에 회사가 자신의 일에 부당하게 간섭한다고 생각되면 수시로 사표를 던졌다. 심지어는 지난 2001년 사장 시절 "능력 있는 임원 하나 제대로 승진시키지 못하는 사장은 하지 않겠다"며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전형적인 '관리의 삼성'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이 사장이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CEO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일을 좋아하는 그의 정열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주위에서 지켜보는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이 사장은 휴대폰 외에 다른 곳에는 전혀 한눈을 팔지도 않고 아무 관심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이 사장 본인은 "일이 좋아서 회사를 다니는 것일 뿐 별로 의지가 강한 사람이 못 된다"고 말하며 손사래를 친다. ◇약력 ▦대전 출생(48년) ▦보문고ㆍ인하대 전기공학과 ▦삼성전자 입사(73) ▦비데오생산부장(85) ▦무선부문 이사(94) ▦무선사업부장 부사장(99) ▦정보통신총괄 사장(01)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광산업진흥회장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장 /정리=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사진= 이호재기자 입력시간 : 2005-02-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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