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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 방송사 조종사 비하, 가벼이 볼 사안 아니다

미국의 지역방송사가 아시아나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인종차별성 보도를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보수성향인 폭스TV의 자회사이자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인 KTVU는 "사고를 낸 조종사의 이름을 방금 확인했다"며 4명의 조종사 이름 하나하나를 사고 당시 상황에 빗대 왜곡ㆍ비하했다. 뭔가 잘못됐다(something wrong)의 발음과 흡사한 '섬팅웡'을 조종사 이름으로 들먹였는가 하면 심지어 욕설 발음까지 구사하며 조종사들을 모욕했다.

비극적 참사를 희화화한 것도 문제지만 보도내용이 다분히 인종차별적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은 중범죄로 취급한다. 그런데도 공공성을 근간으로 삼아야 할 방송사가 입에 차마 올리기에도 민망한 망발성 보도를 아무렇지 않게 내보냈다는 사실은 분노를 치밀게 한다.

일개 지역방송의 천박성과 저급함, 단순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고의성이 짙을 뿐만 아니라 다분히 악의적이다. 한인교포를 비롯한 소수민족 사회가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아시아계 언론인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언론인협회(AAJA)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격분을 느낀다"고 논평했다. 이런 황당한 보도가 나오게 된 데는 신원을 아무렇게나 확인해준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책임도 크다.



결코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NTSB와 KYVU는 뒤늦게 사과성명을 냈으나 면피성 해명에 그쳤다.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면 경위를 파악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마땅하지만 그런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이름을 잘못 확인해준 인턴의 실수라는 NTSB의 해명도 군색하기만 하다.

아시아나항공은 명예훼손에 대해 로펌을 선임한 뒤 조만간 민사소송에 나서기로 했으나 사고 당사자가 미국 현지에서 법률적 다툼을 벌이기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재발방지와 책임자 문책 요구에 나서야겠지만 정부에서도 다각적인 외교경로를 통해 엄중 항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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