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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을 맞으며] 과학기술인이 우대 받는 사회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되고 백화점에는 갖가지 물건들이 화려하게 진열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30년 전만해도 국민 1인당 연간소득이 1,000달러가 안 되는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다. 더 잘사는 선진 국가를 만들기 위해 이제 제2차 도약이 필요한 때이며 그러하기에 이번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국가지도자에게 거는 기대도 매우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과학기술 교육의 현실은 아직까지 창의력 교육과 거리가 멀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만들기’ 수업시간에 창의적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학교 앞 문구점에 가면 준비물세트가 항상 준비돼 있기 때문에 사다 쓰면 된다. 모형비행기 제작대회에서도 준비물을 사다가 잘 조립해 멀리 날아가면 우승을 한다. 새로운 모형과 새로운 개념의 비행기 설계에 대해 아예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학기술 발전정책을 추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단기적으로 과학기술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연구비가 부족해 연구를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또 과학기술자가 사회ㆍ경제적으로 대우받는 나라가 돼야 한다. 정부출연연구소에 근무하는 과학기술자들의 정년을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복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질적인 이공계 기피 문제의 경우 사실 이공계를 지망하는 대학생 수는 여전히 많다. 숫자 면에서의 이공계 기피가 아니라 이공계를 지망하는 인력의 질적인 면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발생한다고 보는 게 맞다. 가령 지난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의과대학보다는 공과대학이 훨씬 더 인기가 있었다. 당시 이공계 대학에 들어간 인재들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모든 과학기술자의 연봉을 올려줄 수 없다면 올바른 경쟁과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능력 있는 과학기술자들이 우대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어린이 교육정책을 개선함과 동시에 대학입시제도를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특히 3불(不)정책 폐지와 더불어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의 문ㆍ이과 분리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재고해야 한다. 과학기술자라고 해서 어렸을 때부터 과학기술만 따로 배워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폭넓은 교육을 받음으로써 창의력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올해 국가과학자가 된 필자도 사실은 고등학교 때에 문과 학생이었다. 3학년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이과 적성이라는 것을 깨닫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입학했다. 그 당시 서울대학교는 제2외국어와 국사ㆍ세계사ㆍ지리 등 전과목의 본고사가 있었으며 50% 정도의 점수만 맞으면 합격할 수 있도록 아주 어려운 문제를 출제했다. 지금처럼 수능시험 성적을 위주로 하는 입시제도가 있었더라면 필자는 과학기술계에 종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민감한 부분이지만 우열반의 부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도 이와 비슷한 우열학급제도가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제도가 사라졌다. 현재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의 수업 능력과 수준에 맞춰 적합한 학급을 선택할 수 있다. 얼마 전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부임한 미국인 교수 한명이 “카이스트에는 왜 우등생클럽이 없느냐”며 어리둥절해 했다. 1970년대에는 서울대학교에도 ‘정영사’라는 우등생 기숙사가 따로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자와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영’자를 따서 기숙사의 이름을 지었다고도 한다. 당시 국가지도자의 우수 인재 양성에 대한 열정이 엿 보이는 일이다. 지난해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신희섭 박사와 필자가 모두 이 기숙사 출신이라는 점은 평준화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한번 검토해볼 만한 대목이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번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국가지도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당면한 과학기술 도약을 이루지 못한다면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우리 후손들에게 못사는 나라를 물려주는 큰 과오를 범하게 된다는 점을 늘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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