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과 미래 등 영업정지를 당한 부실 저축은행이 종합편성채널 등에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문을 닫은 제일과 토마토도 종편 지분을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이들 저축은행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종편에 대거 투자한 배경으로 '보험용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1~3월 매일방송(MBN)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솔로몬은 지난 2010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만 1,265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전년도에도 1,092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었다.
특히 솔로몬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한 상태였다. 정부의 간접지원까지 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사업성이 불확실한 종편에 투자한 것이다.
미래저축은행도 종편에 발을 담갔다. 2010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미래저축은행은 채널에이에 무려 46억원을, MBN에는 15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미래는 2010 회계연도에만 2,6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0 회계연도 결산 당시에는 하나금융으로부터 145억원의 증자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퇴출을 면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때문에 하나금융이 저축은행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하게 된 배경도 석연치 않다.
사정은 지난해 영업정지를 당한 곳도 마찬가지였다. 제일저축은행은 지난해 1ㆍ4분기 채널에이에 30억원, MBN에 10억원을 넣었다. 토마토저축은행도 지난해 4~5월 MBN과 jTBC에 각각 20억원을 투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부실로 허덕이는 저축은행이 적자를 내는 과정에서 종편 지분에 참여한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배당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향후 경영난에 따른 추가 증자까지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적지 않은 돈을 종편 투자에 썼기 때문이다.
특히 채널에이와 MBN은 투자자도 제대로 모으지 못해 허덕이던 곳이다. 이들은 승인장 교부시한인 3월 말까지 자본금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한을 6월 말까지 연장해주기도 했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이 종편에 투자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투자로 연을 맺게 된 곳에 대한 보도를 할 때는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언론사의 압력을 투자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팔 꺾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종편에 투자한 대형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우리라고 투자를 하고 싶겠느냐. 억지로 한 것 다 아는 얘기 아니냐"며 "대형 언론사가 뒤에 있는데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서는 종편에서 강한 압박을 받았는데도 투자하지 않은 곳이 꽤 있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한국도 종편에 돈을 넣지 않았다. 대형 저축은행보다 작지만 투자제의를 거절한 곳도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관계자는 "종편에서 연락이 왔지만 투자하지 않은 곳도 있다"며 "끝까지 못하겠다는데 억지로 시킨 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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