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10월16일, 영국의 인도 총독 커즌경이 벵골(Bengal) 분할령을 내렸다. 명분은 행정편의와 종교 간 충돌 방지. 한반도의 20배가 넘는 면적에 인구 7,850만명이 사는 광대한 벵골주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고 힌두ㆍ이슬람교도 간 분쟁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진짜 목적은 숨겨져 있었다. 분할과 통치(Divide and Rule)라는 제국주의 논리에 따라 독립운동 세력이 가장 강한 벵골주의 힘을 빼고 토지를 나눔으로써 조세수입 증대를 노렸다. 벵골 주민들의 반대에도 커즌은 분할을 강행, 벵골은 힌두교도가 사는 서벵골과 이슬람교도가 밀집한 동벵골로 갈라졌다. 비교적 온건한 식민정책을 구사하던 전임 총독들과 달리 직접적인 식민통치를 펼쳐 ‘인도의 영국인 마키아벨리’로 불렸던 커즌의 분할정책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인도인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당장 식민통치의 협조기구로 친영파 상류층 모임이었던 인도 국민회의가 저항의 중심축으로 변하고 국산품 사용 장려 운동인 스와데시 운동이 일어났다. 오늘날 타타그룹과 더불어 인도의 양대 기업군으로 꼽히는 비를라그룹도 스와데시 운동을 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영국은 결국 1911년 분할령을 철회했으나 커즌이 그은 줄은 인도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인도 독립 이후 극심한 종교분쟁은 끝내 1947년의 파키스탄 분리로 이어졌다. 커즌의 벵골분할령이 인도 분할로 부활한 셈이다. 한때 동벵골로 나뉜 지역은 동파키스판을 거쳐 벵골과 같은 어원을 갖는 국가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벵골 분할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왜 분단의 씨앗을 뿌린 일본이나 영국 같은 제국주의 국가는 온전하고 침략과 수탈을 당했던 한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은 갈라져야 되는가. 역사는 잔인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