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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업회생 복마전

재산 있는데도 빚 안갚고 고의로 은닉<br>빚탕감 더 받으려 부인 채무까지 포함<br>사무장이 중기 대표 속여 수수료 편취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A 판사는 최근 개인회생 신청 서류를 검토하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름ㆍ나이ㆍ주소 등을 보면 전혀 관계가 없는 게 분명한 두 사람인데 서류상에 나타난 직업이나 빚을 지게 된 정황, 채무 변제 계획 등이 너무 비슷했던 것이다.

A 판사는 "법무사가 신청인이 회생 인가를 받도록 해주려고 아무 관련이 없는 두 사람에게 똑같은 회생 계획을 복사본처럼 만들어준 것으로 보인다"며 "각각 다른 재판부에 배당됐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판사는 부당한 방법으로 빚을 탕감 받으려 했던 두 사람의 회생 신청을 모두 거절했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개인회생 신청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각종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류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은 물론 빚 부풀리기, 고의적인 소득 은닉 등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억원에 가까운 빚에 시달리던 직장인 P씨는 채권자에게 월급까지 압류당하게 되자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로 마음 먹었다. 서류를 작성하던 중 부인에게도 수년간 이자도 갚지 못한 3,000만원의 빚이 있는 것이 떠올랐고 P씨는 이 빚도 같이 탕감 받기 위해 이자를 포함해 7,000만원의 빚이 더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그는 이 사실이 발각돼 지난해 10월 정식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4월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 받았다.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데도 빚을 갚는데 쓰지 않고 은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부 K씨는 2011년 개인파산을 신청해 모든 빚을 면제받는 과정에서 간간이 물건을 판매해 받는 수당이 있다는 사실은 비밀로 했다. K씨는 이혼한 남편에 부탁해 수당을 빼돌려왔고 뒤늦게 이 사실이 확인돼 검찰에 기소됐다.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법적 절차를 대리하는 법률 전문가들의 부실과 부정이다. 부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청인들이 사기 등의 범죄 피해까지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검찰은 "파산부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기업회생 인가를 받도록 손써주겠다"는 말로 중소건설사 대표를 속여 금전을 편취한 한 변호사 사무장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수수료 명목으로 8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회생절차에 필요하다며 수천만원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회생절차를 신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불법행위 탓에 법원의 평가 잣대가 점점 엄격해지게 되고 결국 정직한 방법으로 재기하려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특히 최근 브로커가 활개를 치거나 무자격자가 변호사 명의만 대여해 사무실을 여는 사례도 많아지는데 이에 대한 실태 조사 등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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