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릴 적 신도 때부터의 '낮은 데로 임하는 삶'을 교황 즉위 이후에도 변함없이 실천해 전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이미 사제·추기경 시절부터 버스를 애용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전히 교황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탄다. 역대 교황들의 공식관저인 '사도 궁'과 여름별장 '카스텔 간돌포'를 마다하고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머문다. 바티칸 시국 절반 크기의 바티칸 정원과 앞서 카스텔 간돌포도 일반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모두 '사람들 없이는 살 수 없고 지루할 것 같다'는 이유다.
그는 모 신부로부터 선물 받은 20년 된 주행거리 30만㎞의 소형차를 타고 다닌다. 이번 한국 방문에 소형차를 타겠다고 주문한 것이 하나의 쇼가 아니라는 그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는 선진국에서 버리는 음식 잔량으로 아프리카 등지에서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를 살릴 수 있다며 관련 운동에 인류가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그는 해외 방문 때도 달랐다. 취임 후 1년 반 사이 단 두 번 있었던 해외 방문 때 지역 선정과 현지 일정은 역대 교황들과 많이 달랐다.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교황이자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인 그의 첫 방문지는 브라질. 역대 교황들이 반드시 참석해온 가톨릭세계청년대회가 지난해 7월 열렸기 때문이다.
브라질 도착 첫날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하던 중 길을 잃고 신도들에게 둘러싸인 것. 방탄차도 아닌 소형차에 경호지역까지 벗어났지만 교황은 이에 개의치 않고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한 신도의 아기에게는 축복의 입맞춤까지 해줬다. 브라질 최대 마약 거래지역인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도 방문했다. '거리에 나가 신앙을 전파하라'는 자신의 철학을 몸으로 보여준 것.
지난 5월에는 요르단·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중동지역을 방문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지역에서는 예고 없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분리장벽에서 차를 멈춰 기도를 올리고 베들레헴에서의 공개미사 이후에는 고위성직자나 정치인 대신 현지 교인 가족과 식사를 나눴다.
이번 방한을 앞두고 한국 내에서는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어떤 식으로든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 베들레헴과 리우데자네이루 빈민촌 방문 때 전쟁 중단과 평화, 정의와 희망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즉위 직후부터 한반도에 대한 언급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부활대축일 미사 후 전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올해 1월 주바티칸 외교사절단에게 한 연설에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언급했다.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습니다. 한국인들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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