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2일 발사한 로켓은 우주발사체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는 23일 해군이 서해에서 인양한 북한의 장거리로켓 1단 추진체의 잔해(사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산화제를 담는 통으로 밝혀진 이 로켓 잔해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국방정보본부와 국군정보사령부, 항공우주연구원 등 각 기관 4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분석됐다.
산화제통에 남아 있는 산화제를 정밀 분석한 결과 독성이 강한 적연질산(HNO₃94%+N₂O₄6%)으로 드러났다. 적연질산은 엷은 노란색이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옛 소련에서 개발해 북한이 모방 생산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산화제로 사용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국방부의 한 전문가는 “적연질산은 유도탄에 사용되는 옛 소련의 기술”이라면서 “상온에서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적연질산을 산화제로 사용했기 때문에 우주발사체 개발보다는 ICBM 기술 개발 의도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로켓은 기존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기술을 활용했다”면서 “인터넷 자료를 검색한 결과 산화제통의 모양이 이란에서 개발한 미사일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나로호와 같은 일반적인 우주발사체의 산화제는 초저온에서 냉각시킨 액화산소가 사용된다. 산화제통에 들어간 적연질산의 용량은 48t이며 이를 통해 1단 로켓의 추진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118t의 추력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나로호의 1단 추진력은 170t이다.
이번에 발사된 장거리로켓의 1단 추력 118t은 500㎏의 탄두를 장착하고 1만㎞ 이상을 비행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시뮬레이션에 의해 평가됐다고 국방부 전문가는 설명했다.
압력 센서와 전기 배선 등 일부 부품은 외국에서 수입한 상용부품으로 식별됐으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저촉되는 부품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화제통의 동체 재질은 노동미사일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이 혼합된 합금(AIMg6)으로 밝혀졌다.
산화제통 하단의 산화제 공급구는 1단 엔진(노동미사일 4개)에 산화제를 공급하는 4개의 통로이며 동체에는 산화방지용 코팅과 함께 페인트를 2~3회 이상 칠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화제통 측면에는 지상으로 엔진 상태를 실시간 전송하는 카메라, 배관과 전선을 보호하는 가압가스 배관 덮개, 제동모터가 각각 장착됐다. 제동모터는 1단과 2단 분리시 1단의 속도를 감속시켜 2단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주는 부품이다.
국방부 전문가는 “노동과 스커드미사일 기술을 적용해 효율적인 장거리미사일을 3단형으로 개발했고 이에 필요한 단 분리 기술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면서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1단 추진체로, 스커드 미사일 엔진 1개로 2단 추진체를 각각 제작한 것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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