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을 기다리는 가족들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딸을 기다린다며 출구 앞에서 서성이던 한 40대 여성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거부한 채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이윽고 오후3시44분이 되자 탑승객들을 태운 특별기가 공항에 안착했다. 지난 7일 오전10시(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예정시각인 3시26분보다 18분가량 늦은 시각이었다.
국제선 48번 게이트를 통과하는 사고기 탑승객들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였다. 치료가 다급한 2명의 탑승객은 휠체어와 이동침대에 실린 채 여객기에서 내려 공항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를 타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후송됐다.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탑승객도 있었다. 결혼 1년 차로 남편과 샌프란시스코에 여행을 갔다는 최모(28)씨는 "일반 기내방송이 나온 뒤 착륙 4~5초 전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고 이어 충격이 두 차례 왔다"며 "두번째 충격은 몸이 튕길 정도로 강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최씨는 "2차 충격이 있기 전 기체에 불이 붙은 것 같다. 엔진 쪽 창문에서 불이 난 것을 봤다. 몸과 정신이 다 피해가 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사고 여객기 비즈니스석에 타고 있었다는 황모씨는 "사고 당시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는데 하룻밤 지나니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갈 예정"이라며 "사고 후 갔던 병원에 30여명이 입원해 있었고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짐을 찾은 탑승객들이 E출구를 통과하자 취재진과 카메라, 공항 보안요원이 한데 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출구를 겨우 빠져나간 20대 남성은 "나는 괜찮다.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말을 남긴 뒤 서둘러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다른 탑승객들도 산발적으로 공항을 빠져나가 취재진의 눈에 띈 탑승객은 서너 명 정도에 불과했다.
부상한 사고 탑승객의 가족 4명은 이날 오후5시 아시아나항공 정기편(OZ 214)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했으며 중국인 사망자 4명 중 2명의 유가족 12명과 중국 정부 관계자 6명, 아시아나항공 직원 1명 등 19명도 이날 인천공항에서 오후9시30분 출발하는 아시아나 OZ 204편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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