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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 정부 교육정책에 거는 기대


지난 2008년 1월16일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둔 인수위원회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교육+과학기술'의 결합정책은 학력제고를 위한 지식중심의 교육정책으로 이어졌다. 소위 '아륀지'논란으로 시작된 몰입식 영어교육을 바탕으로 학력 미달자를 가려내기 위한 명분의 전국학력평가, 그리고 미술ㆍ음악ㆍ체육 등의 교과목들을 특정학기에 몰아서 가르치도록 한 교과집중이수제 등이 꼬리를 물었다. 물론 국가의 교육정책이 학력제고에 치중한다고 이를 비판할 필요는 없는 노릇이다.

학력에 매달리다 학교폭력 양산

그러나 문제는 인성교육에 앞선 학력위주의 교육정책을 이어가기에는 우려되는 사회병리현상들이 너무 많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봇물처럼 터져나온 학원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 충격적인 사건을 접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지도 이미 오래지만 여기에 더해 연간 6만여명을 넘는 학교중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청소년이 초등학교 교실에 난입해 야전삽을 휘두른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발표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청소년 범죄율은 지난 5년 사이 2배로 늘었다. 사교육에 내몰리는 우리네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다른 나라들을 제치고 최상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정작 우리네 학생들의 교과목 흥미도는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학교교육이 정상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는 조짐이 오래 전부터 가시화되고 있었음에도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학입시제도만 주물럭거리고 사교육과의 전쟁 등으로 끝나지 않을 싸움에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는 느낌이 짙다. 인성교육은 그냥 기본으로 깔고 가는 책받침 취급을 해온 것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그랬다. 우리 국민들이 후보자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교육관련 내용은 고작 반값등록금에 대한 입장과 대학입시를 단순화시키겠다는 내용 그리고 대학입시의 출제범위를 교과서로 한정 짓고 선행학습을 법률로 규제하겠다는 이야기 정도였다. 답답한 노릇이다. 지식교육에 눌려 쇠락해가고 있는 학생들의 인성과 가치관 교육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 일그러진 우리 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거대담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인성 반영할 수 있는 대입제도 필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인성교육은 성장기에 꼭 맞아야 할 예방주사와 같다. 선진국 대다수의 학교들은 입학이나 다른 학교로부터 전학을 올 때 예방접종증명서를 반드시 요구한다. 해당 연령에 요구되는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학생은 입학이 거절되기도 한다. 자칫 개인의 전염성 질환으로 인해 다수의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학교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소홀한 인성교육 때문에 장차 우리사회 다수의 구성원들이 입게 될 폐해와 해악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학교교육을 이처럼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동들의 예방접종처럼 학령발달단계에 따른 다양한 내용과 수준의 인성교육도 체계화시켜야 한다.

문제는 대학입학전형제도다. 인성교육을 시도하려던 일부 학교들이 대학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을 취소하는 사례들마저 나타나고 있다. 서글픈 일이기는 하나 학교의 인성교육을 대학입학전형제도와 연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학교교육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이수한 인성교육의 내용과 실천사례들을 수신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전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 대학입시가 지배하는 학교교육의 현실은 선언적 의미의 정부정책이 한낱 책받침정책에 불과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성삼 송도고 교장·전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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