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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의 곰퍼스를 기대한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경제학>

미국의 담배공장 노동자였던 새뮤얼 곰퍼스는 지난 1886년에 현재까지 존재하는 미국노동총동맹(AFL)을 창설, 무려 37년 동안 위원장직을 역임했다. 그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사회개량과 계급투쟁적 노동운동을 다 배척하고 경제적 조합주의에 근거를 둔 실리주의적 노동운동을 일관성 있게 주장했다. 곰퍼스는 노동자의 실질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만이 유일한 노동운동의 목표라고 믿고 정치적 또는 사회개혁적 운동이나 경영참여를 일절 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AFL은 노선경쟁에서 승리하고 시장경제에 충실한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기초를 놓아 20세기 초 미국의 산업평화에 기여하고 그 결과로 1920년대에 미국은 영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에 올라섰다. 곰퍼스의 노동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당시 미국의 노동계가 처한 현실을 잘 파악하고 이상주의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숙련공도 보호받지 못하던 19세기 말엽에 그는 비숙련공까지 포괄하는 노동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교섭력 있는 숙련공의 결속을 먼저 추진했다. 둘째, 그는 소신 있는 지도자였다. 숙련공의 연합체를 지향하는 AFL은 귀족주의라는 오해를 극복하고 소신을 관철시켰다. 셋째로 그는 민주주의의 전통을 가진 미국에서 종신 노총위원장을 역임할 정도도 뛰어난 지도력이 있었다. 민노당을 통해 정치 세력화에 성공한 노동운동이 지금 국민의 지지를 잃고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이유는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계급투쟁적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노노갈등과 노조비리 등으로 인해 내부분열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의 본질을 떠나 정치적이고 사회개혁적 주문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쟁력 하락과 경기침체를 염려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의 여력을 넘는 강경일변도의 요구와 밀어붙이기식 투쟁, 경영간섭 등을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현실성 없는 체면유지성 구호만 외치고 정규직의 과보호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중진국으로 눌러앉느냐의 기로에 선 한국은 원활한 노사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현실감 있는 강력한 노동운동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 내부분열과 지지도 하락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 노동계에 곰퍼스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노동운동의 지도력이 약해지면 선동적 구호만이 난무하게 되고 이는 산업평화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노동계에는 노동환경의 시대적 변화를 읽을 줄 알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동운동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감각, 여기에 순수성까지 갖춘 노동운동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후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다. 올 2월에는 복귀 여부를 위한 임시 대의원 대회가 집단 난투극으로 끝났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노총마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노사대화의 창구인 노사정위원회가 투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된다. 노동문제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조속히 노사간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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