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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광명성 2호를 쏘아올리기 위한 준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했다.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도박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에 세워져 있는 발사대에 아직 미사일이 장착되지 않는 것에 비춰 미사일 발사 시점이 임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거나 발사대로 옮기는 등의 구체적인 징후는 없고 군사적 동향도 특별한 게 없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2~3주 안에 발사 가능=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스디펜스위클리' 등 최근 발표된 외신과 한미 정보 당국의 의견을 종합하면 북한은 무수단리 발사장으로 관련 설비와 장비들을 속속 이동시키며 미사일 발사 준비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 최종 단계는 수직 발사대에 미사일을 세운 뒤 탄두를 장착하고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작업에 최소 2~3주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이르면 2~3주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오는 3월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첫 전체회의가 열리는 4월 초 사이에 발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북한의 노림수는=북한은 미사일 발사 준비작업의 공식화 시점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직후로 선택했다. 클린턴 장관이 한국과 중국ㆍ일본 순방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미사일 발사 준비작업에 나섰다고 발표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이 아시아 순방 기간 중 북한의 후계구도를 언급하고 미사일과 핵 문제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한 사실상의 응답인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북핵 협상의 주전 선수격인 미국과의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기다렸던 미국의 대북 유화책 소식이 들리지 않자 미사일 위협에 나서며 관심 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변 이상설과 맞물려 흔들리고 있는 북한의 체제 결속력을 다시 다지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카드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대한 핵 협상 전략,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전환 압박과 북한 내 체제 결속 등 여러 목적을 동시에 노린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1998년 8월 '광명성 1호'를 발사했을 당시 한달 뒤 9월5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했고 '김정일 체제' 개막을 선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측이 이번에는 최근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 셋째 아들 김정운을 정권 전면에 내세우는 등 후계구도를 확립하는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미국이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를 대북특사로 임명함에 따라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북핵 6자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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