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는 최근 뮤지컬 '미션'의 리콜 소식에 술렁거렸다. 무려 120억원이 투입된 창작 뮤지컬 '미션'이 개막 직후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첫 주 8회분 관객을 대상으로 사상 처음 리콜 서비스를 결정한 것. 공연이라는 게 관객들의 기대가 높다 보면 실망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더 큰 문제를 초래한 것은 기획사의 대응 태도였다. 공연에 실망한 관객들이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 게시판에 혹평을 올리자 기획사 측은 게시판을 일방적으로 폐쇄해버렸다. 관객들은 분노했고 작품의 신뢰는 더욱 훼손됐다. 리콜 조치를 발표하면서 기획사 측은 게시판을 복구하고 공연 내용과 조명 등도 보강했다고 밝혔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기획사는 관객들의 작품을 보는 안목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비싼 값을 치를만한 가치가 있으면 주저 없이 지갑을 열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판을 쏟아낼 수 있는 관객들의 소비자주권은 무시한 채 게시판을 폐쇄하는 미봉책으로 대응한 결과다. 이와 달리 공연계에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국립극단이 창단작으로 무대에 올린 '오이디푸스'가 지난주 말 폐막 공연까지 전석이 모두 팔렸다. 국립극단 작품이 매진된 것은 10년 전 김석훈이 주연한 '햄릿'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해 법인으로 바뀐 국립극단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단원 전속 고용제를 없애고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선임 순으로 중요 배역을 맡기던 관행을 버리고 작품에 가장 잘 맞는 배우와 스태프를 뽑았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손진책 예술감독이 취임 당시 공언했던 대로 '국민의 극단'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기획사 측이 아무리 세계적인 영화음악 감독의 음악과 이탈리아에서 온 배우들을 내세워 '대작'이라고 선전한다고 해도 저절로 대작이 되는 건 아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번지르르한 홍보에만 치중한 작품은 관객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고 관객들이 무시한 작품은 결국 '졸작'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일주일 새 공연계에서 일어난 이 두 사례는 무대가 왜 관객을 두려워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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