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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

정두환 기자 <부동산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며 정당성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한 엘리트 정치의 우위를 주장했었다. 건설교통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초강경 대응방침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분양가를 높이는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 실시방침을 밝혔는가 하면 일부 재건축 추진절차에 하자가 있을 수도 있어 지방자치단체에 분양승인 보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고강도 대책에 건설업체들은 아예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정부대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가는 살아남지 못한다”며 태풍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게 주택건설업계의 분위기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대응책이 최근 상식선을 넘어섰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무조사는 탈세 등의 혐의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단순히 분양가를 높게 받았다고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정권에 대해 비협조적인 기업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세무조사를 이용했던 과거 정권의 관행과 어딘가 비슷해 보인다. 법률상 명백히 시ㆍ군ㆍ구청에 위임한 분양승인을 정부가 보류하도록 요청한 것 역시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특정 단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히 ‘혹시 재건축 추진절차에 하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보류하도록 했다’는 것은 월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분양가를 일부 인하한 잠실주공2단지는 분양승인이 났으며 도곡주공2차는 강남구청의 분양승인 보류조치로 한달 이상 사업이 지연됐다. 특히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해당 주민들은 개인의 사유재산권 행사를 침해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자칫 법적 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강남 집값을 잡지 않으면 전체 주택시장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목표 못지않게 수단 역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함에도 불구하고 이 노력이 실패한다면 정부나 국민이 떠안게 될 손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군주정치 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다. 목표가 정당하려면 수단 역시 정당해야 한다. 집값을 안정시?다는 목표 못지않게 수단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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