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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心에 흔들리는 공룡 새누리


#영남출신으로 4ㆍ11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서 낙마한 친박근혜계 중진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출마 선언 직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그는 온 몸이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멀리 보시고 저와 함께 하시죠” 발신번호가 찍히지 않은 채 걸려온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온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친박계 원로ㆍ중진 정치인의 만류에도 “박 위원장의 뜻이 아닐 것”이라며 출마를 강행하던 그는 그날로 후보에서 사퇴하고 출마를 접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휘로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점한 새누리당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잇따라 ‘박심(朴心ㆍ박 위원장의 뜻)’눈치를 보고 있다. 당선자의 잇단 의혹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당직을 인선하는 데 박 위원장의 뜻을 좇느라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박 위원장이 강조하던 시스템 정당이 도리어 그의 위세에 흔들리는 형국이다. 특히 말을 아끼는 박 위원장의 평소 태도와 박심을 자처하는 친박계 의원의 주장이 맞물려 내부의 알력 다툼 양상도 보인다.

공천 과정부터 지금까지 논란 속에 있는 김형태ㆍ문대성 당선자에 대해 당의 판단이 사실확인과 출당 사이에서 오락가락 한 까닭은 친박계 내부의 이견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23일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문 당선자를 국민대의 조사 결과 후 조치하겠다던 입장에서 윤리위를 통해 출당부터 하겠다는 쪽으로 바꿨다. 앞서 제수 성추행 혐의를 받은 김 당선자의 경우도 검찰의 기소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쪽에서 탈당 촉구로 당의 입장이 변했다.

박 위원장이 지난 13일 처음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 확인을 강조했던 당초 취지와 달라진 양상이다. 이 때 중진 친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우리가 공천해 놓고 언론에 휩쓸려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확인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하면서 초ㆍ재선 친박계 중심으로 ‘공천 자체를 주지 말았어야 하며 가능한 빨리 탈당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특히 두 당선자를 밀었다는 이야기가 도는 영남 출신의 두 친박계 의원에게 대한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책분야에서도 박심이 작용한다. 총선에서 생환한 정책통 의원들은 박 위원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공약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당 조직인 100% 국민행복 실천본부의 관계자는 “여러 공약 중에서 박 위원장이 관심을 갖는 정책을 추진해야 일한 것이고 아니면 안 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하위 당직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박심은 작용한다. 지난해 새누리당의 당직 인선 가운데 박 위원장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알려진 당료에게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한 당직자는 조직의 정관을 일부 변경했다. 박심 논란에 대해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위원장은 공식 라인을 중시하기 때문에 측근이라는 우리도 답답할 때만 가끔 전화해 의견을 주고 받는 정도”라고 인정했지만, 또 다른 의원은 “박 위원장이 말을 아끼는 건 맞지만 대놓고 당에 개입하면 그게 더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면서 반박했다.

결국 박심에 흔들리지 않는 당 운영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당 윤리위원장 출신인 인명진 목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표 입만 쳐다보고 의중만 살피는 것“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건강한 당이 될 수가 없다. 박근혜 대표가 뭐 어떤 생각을 가졌든지, 말았든지, 문제가 불거지면 즉각 대처하는 기능이 있어야 제대로 된 당”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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