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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통사는 거짓말쟁이

“정말 A사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이건 경쟁이 아니라 아예 전쟁이에요.” “설마 우리가 먼저 나섰겠습니까. 그쪽에서 먼저 시작하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거죠.” 이동통신시장이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시내 어디를 가도 휴대폰 대리점 앞에는 ‘공짜’ ‘거저 드립니다’라는 팻말이 내걸려 있다. 주변에서도 제값 주고 휴대폰을 샀다고 하는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 업체들은 자기들대로 난리다. 서로 내가 먼저 한 게 아니라 저쪽에서 건드렸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단다. 한쪽에서 “저쪽은 합칠 거라 주가가 떨어지면 더 좋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동안 흙탕물 튀긴 게 누군데 지금 와서 누굴 탓하냐”고 맞불을 놓는다. 무조건 내가 했기 때문이 아니라 “쟤가 먼저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자기들이 왜 싸우게 됐는지를 얘기하는 것 같아 웃음까지 나온다.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 요금인하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만 주는 소모적 단말기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사업자는 “앞으로를 지켜봐달라”는 말까지 했다. 이런 얘기는 지난 2월에도 똑같이 반복됐다. 이때는 앞으로는 진정한 고객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경쟁, 요금경쟁을 펼쳐나가겠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거짓말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이전의 구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새로 가입하면 현금을 얹어주는 곳까지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금까지의 얘기들에 대해 ‘그럼 그렇지’라는 질타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은 요금인하 얘기만 나오면 항상 “그럼 사업자들은 뭘 먹고 살라는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곤 했다. 그렇게 돈이 없는 업체들이, 항상 적자를 걱정하는 사업자들이 남의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서는 한해 수조원을 쏟아 붓는다. 고객들은 이제 이통사들이 요금인하를 해도 생색내기 아니냐며 색안경을 낀다. 그 저변에는 단말기를 공짜로 줄 만큼 돈을 많이 버는 이통사가 왜 요금은 통 크게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기도 하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수백번 옳은 일을 해도 인정을 못 받는 게 세상 이치라는 것을 사업자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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