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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비자 소송에 국고지원 정공법 아니다

소비자단체가 담합기업을 상대로 낸 피해자 집단소송에 정부예산을 지원하겠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지난 2008~2009년 삼성ㆍLG전자가 가격을 담합해 녹색소비자연대가 집단소송을 추진하자 참가자 모집에 필요한 광고비를 공정위가 나랏돈으로 지원하려 한다.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에 국고가 지원되는 것은 초유의 일이고 그만큼 논란도 있어 허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소송에서 정부예산 지원의 목적은 분명하고 취지에 일리가 있다. 공정위가 주장하는 대로 담합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같은 공적 제재수단만으로는 소비자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데 우리도 동의한다. 더욱이 리니언시(자진신고자감면제도)가 도입돼 담합기업들이 강한 징벌을 피할 여지가 생긴 점을 고려하면 보완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점에서 담합에 대한 소비자 집단소송은 조금 더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고 이번 소송을 지원하려는 공정위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기업 소송에서 시민은 번거로운 절차와 많은 비용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약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소비자 소송, 정확히는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소송에 국고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합당한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국고를 소비자단체의 소송에 지원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 공정위는 소비자기본법의 '국가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가 실현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추진한다'는 점을 지원근거로 들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광의 해석하다 보면 정부가 못할 일이 없다.



공정위는 올해 소비자단체 지원 예산으로 1억원을 확보해 최대 10건의 소송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소송남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지원이라는 것은 일단 물꼬가 트이면 그 다음부터 제동 없이 팽창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정부가 국가를 대신해 소비자 피해소송을 하는 공익소송제가 우리나라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것도 남소 우려 때문이다.

소비자단체의 관변화도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공정위가 소비자단체에 물가 조사를 의뢰한 것을 두고 시비가 일고 있다. 공정위가 시민단체를 정책방어의 전위대로 앞세우고 뒤로 숨는 듯한 인상을 주는 시점에 소비자단체 소송지원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여하튼 그 자체로서 정책의 정공법은 아니다. 숱한 논란이 일고 있는 리니언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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