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의 대출상품 중 가장 인기를 끈 상품은 시중은행과 주택금융공사가 협력해서 출시한 적격대출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3월 초 출시해서 7개월 만에 10조원을 돌파했고 11월 말까지 9개 시중은행과 4개 지방은행이 참여하는 매우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 상품은 1990년대 말부터 주택저당채권 유동화 대출이라는 형태로 계속 시도돼왔지만 은행권의 단기변동금리위주 대출관행과 채권시장의 여건 미성숙으로 좌절을 거듭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대책의 일환으로 단기고정금리위주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로 바꿔나가기로 하고 은행권을 독려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은행들은 장기고정금리 대출에 따른 금리 및 유동성 리스크의 해결대안으로, 금융고객은 단기 변동금리보다 낮은 장기고정금리가 매력으로 작용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대출내용을 살펴보면 10조원 가운데 65%가량이 기존 단기 변동금리부 대출을 갈아탄 것이고 주택구입 등에 따른 신규대출은 35% 정도였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많아 하우스푸어 문제를 누그러뜨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적격대출의 급증세에 대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부실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우리 주택가격이 앞으로 2~3년 내 더 크게 떨어진다면 적격대출도 위험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적격대출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는 대출기준이 크게 다르다는 점과 우리나라 집값이 최근 몇 년 동안 단기급락을 거쳐 어느 정도 바닥수준에 와 있는 시점에서 출시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성에 대해 그렇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과 개인신용이 비교적 우량한 프라임론과 그렇지 않은 서브프라임론으로 구분된다. 우리의 적격대출은 미국의 프라임론과 유사한 기준을 적용해 대출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론은 2010년 1ㆍ4분기 연체율이 18%까지 상승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지만 적격대출과 유사한 프라임론 부문은 심각한 위험까지 가지 않았다.
따라서 대출기준과 이행성과가 전혀 다른 서브프라임론과 적격대출을 단순 비교, 위험을 지적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점이 없지 않다.
다만 금융시장은 외부충격에 따라 단기간에도 큰 변동폭을 나타낸 적이 많아 적격대출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일은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유동화를 전제로 한 장기고정금리대출인 만큼 보다 면밀한 관찰과 점검, 사전대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적격대출을 집중적으로 취급하는 시중은행과 주택금융공사 및 감독기관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철저히 대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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