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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영이 형도 그렇고, 해진이 형도 그렇고…." 듣던대로였다. 배우 유선은 영화 촬영장에서 자신을 '전우'라 불렀던 정재영을 '오빠'나 '선배'가 아닌 '형'으로 칭했다. 현장에서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아 오히려 스태프를 불안(?)하게 했던 털털한 여배우다. 쇄골뼈가 드러나는 푸른빛 드레스에 눈물 모양의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있는 그의 눈부심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말투였다. 14일 개봉되는 영화 <이끼>(감독 강우석ㆍ제작 시네마서비스)에서 마을의 유일한 여자 영지를 맡았다. 영화 속의 유선은 털털한 구석보다는 비밀을 간직한 듯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을을 찾은 해국(박해일)에게 "많이 들어요 잘 생긴 양반" "이 방 쓰실 분? 잘 생겼네" 하며 걸걸한 느낌도 낸다. 원작 웹툰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감독님께서 영지는 너무나 쉽게 범할 수 있는 캐릭터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좀 더 걸걸하고 대찬 느낌으로 '뒤집기'를 시도했고, 스스로의 결심으로 강단 있게 살아가는 인물의 느낌을 줘야 한다고 하셨죠. 사실 만화에서는 영지가 그 마을에 버티고 사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가기도 했지만, 감독님께서 목형(허준호)을 위한 희생이라는 대목을 넣어주셔 빈 구석을 채워주셨어요." 유선은 사실 <이끼>에 캐스팅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이미 정재영이 출연하기로 정해져 주목이 될 때 유선은 멀리서 관심을 갖고 만화를 봤다.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도 유선이 영지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힘을 발휘하는 타이밍이 있어서 좋았어요. 머금고 있다 한꺼번에 터뜨린다고 할까요. 과거를 평범하지 않게 살아온 시간도 매력이었고요." 사실 영지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여배우로서의 부담은 또 있었다. 바로 노출과 베드신이었다. 마을의 여러 인물과 관계를 맺는다는 설정은 상당히 강렬한 것이기에 이미지 관리가 생명인 여배우에게 꺼려지는 부분도 있었을 터. 하지만 유선은 조심스러워했던 강 감독에게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연기를 선보여 단박에 'OK'를 받았다. "감독님이 여배우를 오랜만에 등장시키는데다, 불편함을 주지 않으실 거라고 믿었죠. 의도적으로 노출 장면을 연출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유선은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시사회가 마무리된 뒤 감독에게 바로 평을 내놓지 못한 것은 작품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 배우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들 말이 없자 감독님께서는 '별로였던 거야?'라며 궁금해하셨지만, 가볍게 느껴질까봐 바로 입 밖으로 이야기를 못했던 거죠. 촬영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하고 깊이감이 느껴졌어요. 관객들도 영화가 끝난 뒤 바로 '나가자'하고 자리를 뜨지 못할 것 같아요. 멍한 느낌으로 되새김질하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 해요." 유선은 여배우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유명한 강 감독의 차기작 <글러브>에도 캐스팅됐다. 이미 출연하기로 했던 정재영 또한 반색했다. "<이끼>도 그렇고, <글러브>까지 많은 관객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제 이름 타이틀에 '흥행배우 유선'이 붙길 바라요!호호."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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