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안철수재단(가칭)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여론의 관심은 재단보단 '안철수'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안 원장 측은 "정치 관련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미리 장막을 쳤고 일반이 궁금한 정치 참여에 대한 문제는 그가 답변한 위의 말이 전부다.
안 원장이 우리에게 정치 '변수'로 다가온 것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가 처음이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행보를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비판하던 중 안 원장은 시장 출마의 뜻을 내비친 적이 있고 이것이 알려지며 그는 한순간에 강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사적인 자리에서 내뱉은 한마디가 '나비효과'처럼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이다.
나비효과의 시작에 우연적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만 보면 안 원장이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답변을 요구받는 건 답답한 측면이 있다. 타의에 의해 링 위에 오른 것도 억울한데 "싸움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질문에 답까지 해야 한다는 건 어찌됐든 그로선 억울할 법도 하다.
하지만 안 원장이 평소 누차 강조했듯 한 사람의 운명은 자기 의지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도 지배적 요소로 작용한다. 안 원장의 시장 출마 고민이 자기 의지의 산물이라면 이것이 알려지고 이후 갖가지 정치적 해석이 붙는 것은 사회가 그에게 바라는 것의 결과물이다.
안 원장은 이제 단순히 변수를 넘어 정치 상수가 됐다. 여론은 이제 단순히 '(정치에) 나설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할 것이냐'를 물어보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과 사회적 관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안 원장이라면 이제 그에게 붙은 여러 물음표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 답변 역시 사회가 그에게 바라는 기여의 또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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