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블랙먼데이' 쇼크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지나친 공포에 휩싸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지수가 8.49% 하락하며 확산된 중국발 쇼크에 뉴욕·유럽 증시가 급락했고 '공포지수'는 최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 공포 확산에 대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며 2008년처럼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25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대만 자취엔지수와 한국 코스피지수 등이 상승세로 돌아서며 우려를 조금씩 불식시키고 있다.
24일 중국발 블랙먼데이의 여파에 뉴욕 증시는 4% 가까이 하락했으며 유럽 증시도 4~5%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 다우지수 하락폭은 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기도 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전일 대비 45% 오른 40.74를 기록했다. VIX는 장중 90%까지 급등해 일시적으로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다울지수는 전날보다 5.88% 떨어지며 2013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중동·중남미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하를 시작한 11일 이후 세계 주식시장에서 8조달러(약 9,534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발 리스크가 과거와 같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아시아 외환위기나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1997년 발생한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달리 아시아 주요국은 환율제도를 개선했고 주식시장의 주가 수준은 2000년 닷컴버블이 꺼졌을 때만큼 고평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도 탄탄해졌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 붕괴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리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사태는 과거 신흥국 위기보다 통상 여름철에 나타나는 매도세와 더 닮았다"며 "여름철 매도세의 경우 시장의 방향성은 곧바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계절적으로 8월 휴가철에 매도세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시장의 과잉반응을 이해하거나 합리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니크레디트의 에릭 닐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건강 염려증'에 걸린 사람 같다"며 "모든 뉴스가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으면서도 올해보다는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윌럼 뷔터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세계 경제가 매우 취약한 상황으로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남미 지역 신흥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내년에는 올해보다 세계 경제 여건이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파스쿠얼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올해 3.2% 성장하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3.7%로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생각만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졌지만 아직 세계 경제를 주도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앤드루 브릭덴 패섬컨설팅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순수출국"이라며 "중국이 세계 경제에 가지는 의미보다 세계 경제가 중국에 주는 의미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발 블랙먼데이의 충격으로 오는 9월 미국 금리 인상 전망에는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이날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중국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에 큰 부담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언젠가는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도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공언한 만큼 9월 대신 12월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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