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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을 품은 古都 뱃길 여는 곤돌라 그리고 영화같은 사랑…

Italy Venice<br>르네상스·바로크 시대 아우른 건물들<br>골목길 대신 신경세포처럼 뻗은 수로<br>산마르코 광장엔 모차르트 향기 그윽<br>비엔날레 축제땐 미술인들 북적 북적

베니스에는 바퀴달린 자동차가 없는 대신 곤돌라와 수상택시·수상버스 등 배를 이용한 다양한 교통수단이 발달했다.

예술적 운치와 생활의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베니스의 작은 골목 풍경.

레이스같이 섬세하고 화려한 기둥장식의 팔라조 두칼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낭만의 도시 베니스(Veniceㆍ이탈리아어 Venezia)를 두고 숱한 소설과 음악, 미술과 영화가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트집쟁이 마크 트웨인마저 "고색창연한 집들이 펼쳐진… 베네치아는 완벽했다"고 극찬했던 곳. 걸핏하면 남장 차림으로 다녔던 프랑스의 여성작가 조르주 상드와 멋쟁이 낭만파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가 파리의 지인들을 피해 열정을 불태운 사랑의 도시. 소설 '강을 건너 숲 속으로'에서 베니스를 "십자말 풀이를 푸는 것보다 재미있는 도시"라고 표현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뮤즈 아드리아나 이반치크를 만나 사랑하게 된 곳도 베니스였다. ◇역사를 품은 도시=물 위에 세워진 수상도시 베니스는 118개의 섬이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골목길 대신 신경세포처럼 미세하게 뻗은 수로가 도시 곳곳을 이어준다. 이 때문에 마르코폴로 공항으로 도착했건 산타루치아 역으로 도착했건 베니스에 들어선 순간 모든 이동은 배로 이뤄진다. 많은 사람들이 베니스를 얘기하면 곤돌라를 먼저 떠올린다. 새까맣고 미끈한 곤돌라에서 스트라이프(가로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오페라 가수 못지않은 노래실력을 뽐내는 잘생긴 이탈리아인 뱃사공. 곤돌라가 물과 한 몸이 돼 이루는 리듬감과 눈앞에 펼쳐진 베니스의 풍광이 매혹적이다. 우리로 치면 한강 유람선 같은 관광코스인 셈이지만 진짜 베니스를 맛보려면 값비싼 곤돌라보다는 24시간권, 72시간권 같은 정액권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인 수상버스를 타는 게 낫다. 더 깊은 베니스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걸어 다녀야 한다. 베니스의 건물은 13세기 고딕 양식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17세기 로코코 시대를 모두 아우른다. 유럽의 창(窓)이었던 베니스는 동방과 비잔틴을 연결했고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중계 무역으로 부를 축적해 이를 기반으로 문화ㆍ예술ㆍ문학 그리고 낭만과 자유를 꽃피웠다. 물 위에 지어졌음에도 수백년을 탄탄하게 지키고 서 있는 돌길을 따라 걸으면 작은 창 발코니를 꾸민 작은 화분들, 긴 빨랫줄에 널린 생활의 흔적들을 공유할 수 있다. 일렁이는 물 위에 떠 있지만 확신에 찬 자존심을 보여주는 건물 벽을 쓰다듬으면 역사의 온기가 감지된다. 베니스의 낭만은 산마르코 광장에서 정점을 이룬다. 광장의 노천카페가 낮에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밤에는 시원한 맥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지난 1683년에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을 두고 서양사학자 이광주 교수는'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 가자'라는 저서를 썼다. 모차르트가 머무르며 곡도 쓰고 술과 커피도 마셨기에 일명 '모차르트 카페'라 불리는 이곳에서 괴테ㆍ릴케ㆍ스탕달ㆍ니체ㆍ마네ㆍ모네 등이 담론을 나눴고 카사노바는 '작업을 걸었다'고 한다. ◇예술을 안은 도시=산마르코 광장에서는 '팔라조 두칼레(Palazzo Ducale)'라는 독특한 미감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세워져 물빛과 함께 반짝이는 두칼레 궁전은 마치'돌로 짠 레이스' 같은 화려하고 날렵한 기둥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베네치아를 다스린 공화국 총독의 집무실을 포함한 행정 복합건물이었다. 9세기부터 짓기 시작해 15세기까지 외관 공사가 진행된 탓에 비잔틴과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혼재한다. 건물 안에는 16세기에 정점을 이룬 빛의 화가들인 '베네치아 화파' 티치아노ㆍ틴토레토ㆍ베로네세 등의 명작이 있다. 산마르코 광장의 심장부인 '산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도 빼놓을 수 없다. 육중함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시기의 건물이지만 이 성당은 정사각형 십자가 형태, 돔 천장, 모자이크 벽화 등을 갖춘 비잔틴 건축양식으로 분류된다. 배를 타고 물길을 건너면 베니스를 정복하러 왔던 나폴레옹이 찬사를 보낸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Santa Maria della Salute)'으로 곧장 통한다. 흑사병이 끝난 것을 기념해 지어진 17세기 성당으로 둥근 돔 천장으로 덮인 팔각형 건물은 물위에 떠있는 꽃병처럼 아름답다. 그 옆은 어느덧 베니스의 또 다른 명소가 된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이다. 세계적인 부호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프랑수아 피노 PPR그룹 회장이 2009년에 세운 미술관이다. 도가나는 15세기 세관 건물이지만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개조해 지금은 과거와 현재,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현대미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피노 회장은 도가나 외에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에서도 꾸준히 기획전을 열고 있으니 슈퍼리치의 미술 취향과 최신 경향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방문해봐야 할 곳이다. 특히 홀수 해 여름의 베니스는 곳곳에서 모여든 미술계 사람들로 넘쳐난다. 189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4회를 맞은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덕분이다. 버려진 조선소 시설을 재활용한 아르세날레(Arsenale)의 본전시와 국가관들이 모여있는 해안공원 자르디니(Giardini)의 국가관 기획전이 양 축을 이룬다. 올해 비엔날레는 스위스 출신의 비체 크루거가 총감독을 맡아 빛과 계몽을 뜻하는'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s)'을 주제로 11월27일까지 이어진다. 수백 마리 비둘기 박제를 전시장 천장 파이프 위에 설치해 감시와 통제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과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미국의 영상작가 크리스천 마클레이, 양초로 만든 거대한 조각상에 불을 붙여 서서히 녹아내리게 함으로써 문명을 비판한 스위스 출신의 우르스 피셔 등이 눈길을 끈다. 국가관은 이용백 작가를 내세운 한국관 외에 영국과 미국, 폴란드, 독일관이 인기다. 짝수 해에는 건축 비엔날레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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