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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노사가 먼저 상생 모범 보여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기업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을 2.9%로 제시한 가운데 대기업들이 인상을 자제해 남는 재원을 중소 협력업체의 근로환경 개선에 투입할 것을 강조했다. 요컨대 '대기업 근로자에게 돌아갈 돈을 사회양극화 해소에 쓰자'는 이런 캠페인은 사용자 측의 양보와 참여가 병행돼야 공감을 얻지만 그 주장 자체는 현재 시의성을 갖고 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시즌을 맞아 경제주체들의 욕구 분출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어 임금협상 과정에서도 어느 때보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업들은 신3고현상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로 매출과 수익이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이 성장률을 대폭 낮춰 잡은 것도 수출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사용자단체인 경총이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나선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리 경제는 지금 일자리 창출은커녕 멀쩡한 일자리마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임금수준을 높이는 것보다 한 개의 일자리라도 만드는 게 아쉬운 형편이다. 일본 자동차노조가 올해 춘투에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지금으로서는 산업 공동화를 저지하고 고용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본격적인 저성장시대를 맞아 과거처럼 일률적 임금인상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노사는 글로벌 기업들과 맞서 싸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적정한 임금수준 및 임금체계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개선에도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상대적 고임금의 대기업노조는 양보와 배려를 통해 사회 양극화현상을 해소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들도 무작정 현금만 쌓아놓지 말고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과감하게 전략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때다.

노사 모두 올해 임금협상 시즌을 맞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고 고용여건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폭넓은 논의를 진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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