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ｍ와 5,000ｍ 계주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결선에도 오르지 못한 계주에서 러시아는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고 미국과 중국이 은·동메달이었다.
1,500m 동메달과 1,000m 금메달에 이어 안현수는 대회 3관왕을 달성한 것이다. 이번 대회 3관왕은 여자 바이애슬론의 다르야 돔라체바(벨라루스)에 이어 두 번째이자 남자로는 첫 번째.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땄던 안현수는 통산 금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올림픽 쇼트트랙 최다 메달 타이 기록(8개)을 작성했다. 안톤 오노(미국)와 동률이다.
안현수는 지난 15일 1,000m에서 우승한 뒤 "한국에서는 (러시아로의 귀화 이유에)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올림픽이 끝나고 다 말씀드리겠다"고 말했었다. '쇼트트랙 황제'로 돌아온 안현수는 이날로 올림픽을 마쳤지만 약속대로 다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파벌은 있었지만 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자신이 선발되지 못하면서 논란이 된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대해서도 "2008년 무릎 부상 여파로 네 번 수술을 받았고 선발전 이전에 한 달밖에 운동을 못했다.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8년 좋은 대우를 받고 성남시청에 입단했는데 한 달 뒤에 다쳤다. 노력을 많이 했는데 팀이 해체됐다"며 "저를 원하는 다른 팀이 없었고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에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안현수는 "올림픽에 꼭 한 번 다시 나가고 싶었기에 저를 위한 선택을 했다. 저를 인정하고 믿어줬기 때문에 러시아를 선택했고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현수의 발언과 관계없이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전면 감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지금 이 올림픽이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대회"라고 말한 안현수는 "러시아에 쇼트트랙을 알리는 것이 목표였는데 뜻을 이뤘다"며 "운동을 계속할지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얘기하겠지만 당장 그만둘 생각은 없다. 주위 분들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더 나갈지 안 나갈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현수는 "제 성적이 한국 선수들과 맞물려 보도되는 게 올림픽 내내 힘들었다. 4년 동안 준비한 선수들이 무슨 죄인가"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자친구로 알려진 우나리씨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결혼식만 안 올린 부부관계"라고 밝혔다.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은 "빅토르 안이 앞으로 감독으로도 러시아에서 활동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양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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