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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오는 10월 개최 예정이던 18차 당대회를 수개월 연기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는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유력시됐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으로 후계 집단지도체제 조각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 당 대회를 연기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9일 로이터통신이 베이징 정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시라이 사건을 계기로 후 주석이 이끄는 공청단파, 장쩌민 전 주석을 거두로 한 상하이파, 상하이파와 느슨한 연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태자당파 등 각 정치계파가 차기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회는 5년마다 열리며 차기 대회에서는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대권후계자로 낙점된 시진핑 국가 부주석과 리커창 부총리를 제외한 7명이 교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 대회는 당초 10월에서 11월이나 내년 1월로 연기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장 전 주석은 평소 기거하던 고향인 양저우와 최고지도부의 거처인 베이징 중난하이를 오가며 상하이파의 대부로 막후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방으로 공안ㆍ사법을 담당하는 저우용캉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3월 실각한 보시라이를 막판까지 감싼 혐의로 실각 위기에 처하자 장 전 주석이 직접 나서 이는 중대한 과오로 볼 수 없다며 현 상무위원 임기를 끝까지 마쳐야 한다고 옹호, 사태가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보시라이 실각을 주도한 원자바오 총리 측은 3월 보시라이 측근인 쉬밍 다롄스더그룹 회장의 신병확보 문제를 놓고 저우 상무위원 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최고권력 상층부의 알력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 계파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면서 외곽에서 들어오는 모든 군부차량에 대해 일제히 검문검색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밝혔다.
이번 보시라이 사태로 최고지도부 간 알력과 다툼이 현실화함에 따라 상무위원 간 갈등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현재 9명인 상무위원 수를 7명 정도로 줄이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 주석 측은 상무위원을 현재의 9명에서 7명으로 줄여 자신의 파벌이 다수가 되기를 희망하나 다른 파벌들은 상무위원 숫자를 오히려 11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실제로 당 대회 일정이 연기된다면 정치국 상무위원 숫자와 구성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관측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교체되는 정치국 상무위원의 규모와 면면이 어떻게 되느냐는 중국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의 향후 국정운영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시진핑은 이번 18차 당대회에서 중국 공산당 총서기직을 물려받고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즈음해 국가주석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후 주석이 군부를 통솔하는 군사위 주석 자리도 같이 이양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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